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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패션 스토리] 명품 맞춤 구두 ‘코테’

중앙일보 2010.06.30 00:06 경제 18면 지면보기
피에르 코테씨가 자신이 만든 수제화를 머리에 올리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정치호 기자]
프랑스엔 문화부가 공인하는 장인인 ‘메트르 다르’가 있다. 우리나라의 인간문화재 같은 사람들이다. 메트르 다르는 87개 수공 분야에서 분야별로 한 사람만 존재한다. 그중 신발 장인인 피에르 코테(49·사진)가 최근 한국에 방문했다. 매장을 내기 위한 사전 시장조사가 목적이다. 이와 함께 고객 후보군을 만나 맞춤구두 주문도 받았다.


서울 온 프랑스 ‘인간문화재’
한 켤레 사려면 최소 600만원

메트르 다르가 직접 만들어주는 구두는 여러 면에서 일반 명품구두와 다르다. 소재와 디자인·색상에 대해 장인과 손님이 일대일로 상담해 제작하는 수제화를 ‘비스포크’라고 한다. 그는 전 세계를 돌며 비스포크 고객들의 발 치수를 직접 잰다. 서울에선 사흘 정도 남산의 한 시가바를 빌려 수백 가지 색상과 질감의 가죽 샘플을 전시해 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그 사흘 동안 여기서 구두를 맞춘 이는 국내 굴지 그룹의 오너 회장 한 사람이다. 가격은 최소 600만원. 코끼리의 귀 가죽처럼 양식이나 사냥이 불가능한 희귀 가죽을 쓰는 경우엔 2000만원대에 육박한다. 비싸지만 이런 희귀가죽을 기다리는 대기자들도 있단다. 이렇게 주문받은 구두를 그는 6개월 동안 매달려 만든다.



치수를 잰 후 3개월이 지나면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초벌구두가 나온다. 이 임시구두를 들고 코테가 주문자를 방문해 신겨본다. 구두에 구멍을 뚫어 잘 맞는지, 틀어진 데는 없는지 확인한다. 그 결과를 가지고 프랑스로 돌아가 새 가죽으로 진짜 구두를 만드는 데 또 3개월이 걸린다. 이 모든 과정은 250단계로 구성된다. 완성품 역시 그가 직접 들고 방문한다. 그 사이 사이즈가 변했거나 주문사항이 바뀌면 모든 걸 다시 만들어준다.



물론 기성화도 만든다. 파리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그가 고용한 7명의 장인들이 손과 기계를 이용해 내놓는 기성화는 200만원 선이다. 그는 19세에 구두를 만들기 시작해 28세에 ‘코테’라는 공방을 따로 차려 독립했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20여 년간 비교적 조용히 작은 매장을 내고 영업해 왔다. 아시아권에선 2004년 일본 도쿄와 오사카·후쿠오카에 매장을 낸 정도다.



그러다 올봄 LVMH 그룹에서 루이뷔통과 로에베를 담당하던 전직 수석부사장 자비에 드 로와이에(41)가 합류하면서 공격적인 세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 온 것도 그래서다. 두 사람은 한국을 방문한 동안 명품백화점 MD들을 만나며 조건을 협상했다. 그 결과는 아직 모르겠단다. 하지만 프랑스 인간문화재가 발 사이즈를 재주는 구둣방이 한국에 상륙할 날이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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