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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발재간’ 외환은행 550억 광고효과

중앙일보 2010.06.28 19:26 경제 7면 지면보기
모 아니면 도다. 스포츠 스타를 이용한 기업 마케팅이 그렇다. 선수가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광고효과가 확 달라진다. 축구 선수를 모델로 썼다 골을 넣으면 강렬한 광고효과를 얻지만, 헛발질이라도 하면 되레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리스크가 매우 큰 투자인 셈이다.


스포츠스타 마케팅 대박행진
후원 선수 성적 따라 효과도 “모 아니면 도”
가능성 보고 길게 투자해야 성공 확률 높아

외환은행-이영표, KB금융-김연아, 미래에셋-신지애. 최근 금융회사들이 스포츠스타 마케팅으로 잇따라 대박에 가까운 성적을 내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스타를 발굴,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쌓아온 게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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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은 남아공 월드컵 기간에 국가대표 이영표 선수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화려한 월드컵 광고들 사이에서 ‘모든 골의 뒤엔 그가 있었다’는 잔잔한 내레이션으로 승부했다. 골을 직접 넣는 포지션은 아니지만 골게터를 돕는 이영표 선수의 이미지가 ‘성공을 돕는 파트너’라는 은행 이미지로 연결됐다. 그가 실제 경기에서도 큰 활약을 보이면서 광고효과는 배가됐다. 외환은행이 월드컵 공식 후원은행으로 참여한 것도 보탬이 됐다. 은행이 계산하는 월드컵 기간 중 광고효과는 약 550억원. 브랜드 인지도가 10%포인트가량 높아졌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이번 광고는 월드컵 기간만 노린 단기투자가 아니었다. 장기투자의 결과물이다. 외환은행은 이영표 선수와 2005년 첫 모델 계약을 한 이래, 연 2억5000만원 정도의 후원계약을 6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은행 김승권 본부장은 “이영표 선수가 영국에서 독일, 또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하면서 때론 부진하기도 했지만 인연을 꾸준히 지켜 왔다”며 “그 덕분에 이 선수와 외환은행의 이미지가 잘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KB금융지주도 장기투자로 대박을 만들어냈다. KB금융은 2006년 말 김연아 선수와 2억원짜리 광고계약을 처음 맺었다. 김연아 선수가 시니어 그랑프리에 처음으로 출전하기 전이었다. 이 회사 김진영 차장은 “세계 정상을 향해 도전한다는 은행의 컨셉트와 잘 맞아떨어져 섭외했다”며 “계약할 땐 그랑프리 3위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우승을 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이후 2년마다 후원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계약금액은 1년에 수억원대. 광고모델 계약은 이와 별도다.



김연아 후원의 효과는 수치로 나타난다. 최근 조사에서 ‘KB’ 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묻자,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이 김연아(10.4%)였다. 김 차장은 “김연아 선수가 가진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광고로 만들어 내려면 후원비의 최소 10배 이상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KB금융과 함께 김 선수를 후원하는 현대자동차는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로 얻은 광고효과를 700억원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은 프로골퍼 신지애 선수를 후원함으로써 쏠쏠한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2월 미래에셋이 5년간 최고 75억원의 후원계약을 신 선수와 맺었을 때만 해도 위험을 감수한 베팅이었다. “펀드가 반 토막 났는데 골프선수 후원계약이 웬 말이냐”며 반발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신 선수가 LPGA 진출 첫해인 지난해에만 세 번 우승해 신인왕·상금왕·다승왕을 차지하면서 이런 비판은 쏙 들어갔다. LPGA 1회 우승이 주는 광고효과는 1억 달러(약 12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미래에셋 브랜드를 대중에게 알리는 효과가 크다. 미래에셋 장경호 팀장은 “신지애 선수의 가능성을 믿고 후원을 결정했었다”며 “지난해 성적이 워낙 좋아서, 지금은 그 두 배를 줘도 신 선수와 후원계약을 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스포츠 스타를 이용한 금융회사의 마케팅이 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변수는 선수의 성적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08년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와 3년간 광고계약을 했었다. 당시는 최 선수가 PGA에서 2승을 거둬 세계랭킹 5위를 차지하며 한창 잘나갈 때였다. 계약조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골프계는 계약금을 연간 2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하지만 그 뒤 최 선수는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바람의 흐름을 읽어야 공의 길이 보인다’는 신한은행 광고 이후엔 그가 나오는 광고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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