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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 5000만에게 ‘행복 바이러스’ 심어준 23용사

중앙일보 2010.06.28 00:54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23일 한국-나이지리아전에서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서울광장에 모인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곳에 모인 8만여 명의 시민들은 “태극전사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연합뉴스]
23명의 월드컵 태극전사들은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남겼다.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의 거리에서 국민들은 하나가 됐다. 사람들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환호했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승패를 떠나 그곳에 서서 즐기는 것만으로도 태극전사들이 고맙다고 했다.


4인이 말하는 “우리에게 월드컵은…”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회사원 최희승씨 “갈등의 현장 서울광장을 최고의 축제장 만든 마법사”



#1.“서울광장을 사랑한다”




회사원 최희승(31·여)씨의 사무실은 서울광장 인근이다. 광장은 그에게 출퇴근 길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그곳이 마법처럼 변신했다. 한국-우루과이의 16강전이 열린 26일 최씨도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광장에 나왔다. 남자 친구와 특별한 데이트 장소이기도 했다. 최씨는 “붉은 악마로 가득 찬 서울광장은 영화 속에서 보던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보다 멋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우우’ 하는 부부젤라 소리는 그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선 것처럼 긴장되게 했다. 2008년 8월부터 서울광장 옆 사무실에서 일한 최씨는 “지금까지 본 서울광장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다. 2010년 서울광장은 촛불로 채워졌던 갈등의 현장, 진보-보수의 집회가 고함을 지르던 대결의 장소가 아니었다. 월드컵의 서울광장은 ‘하나’였고, 성숙했다. 최씨는 “수만 명이 ‘대~한민국’을 외치는 장면에 이곳에서 갈등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장을 메운 사람들의 표정도 매력적이었다. 장대비에도 환하게 웃었고, 경기가 끝난 새벽에도 쓰레기를 주웠다. 월드컵은 서울광장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사랑이 이뤄질 것만 같은 장소로 만들었다.



편의점 운영 오경화씨 “한국인을 더 성장시키는 열정이 담긴 에너지”



#2.“거리응원은 대한민국의 에너지”




서울 강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오경화(38)씨도 월드컵 ‘대박’의 주인공 중 하나다. 2001년부터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월드컵은 세 번이나 그에게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했다. 2002년, 2006년, 2010년 축제 때마다 어김없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됐다. 올해엔 특히 서울 강남에 편의점 두 개를 더 냈다. 창고에 있던 맥주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하루 매출이 최대 두 배까지 늘었다. 월드컵 공식 티셔츠는 편의점 본사가 추가 주문량을 보내주지 못할 정도로 많이 팔렸다. 오씨는 “장사도 잘 됐지만, 편의점 계산대에 물건을 내려놓는 사람들마다 손을 높게 올려 마주치면서 ‘대~한민국’을 외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2002년 거리응원 때만 해도 그는 과도한 응원이 걱정스러웠다. 붉은 악마들을 보면서 “지금 아니면 평생 언제 그렇게 놀아보겠니”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축제는 더 멋있게 진화했다. 오씨는 “거리응원이 이제는 한국인의 에너지를 터뜨릴 수 있는 공간으로 정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는 “월드컵은 나에게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동력이었다”며 태극전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거리 응원 황옥순씨 “할머니·아들·손자 3대가 다 함께 즐긴 감동 드라마”



#3.“가족화합의 계기가 된 월드컵”




황옥순(56·여)씨는 26일 오후 6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으로 출발했다. 황씨의 아들 내외와 딸, 손자·손녀 3대가 함께 응원에 나선 것이다. 이들에게 이날 응원은 가족 나들이였다. 황씨는 이날 아들·며느리, 손자·손녀와 말 그대로 친구처럼 즐겼다. 우루과이가 선제골을 터뜨리자 손자 준엽(8)이의 얼굴이 울상이 됐다. 할머니의 응원 목소리는 더 커졌다. ‘차두리’ ‘차두리’ 하는 황씨의 외침에 준엽이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막대풍선을 쳤다. 황씨는 “애들은 박지성을 좋아하는데, 나는 야생마 같은 차두리가 더 좋다”고 했다. 손녀 서연(6)이는 “멀리서도 선수들이 이 소리를 들으면 힘이 날 거예요”라며 부부젤라를 불었다. 경기가 끝나 아쉬워하는 이들을 황씨가 달랬다. 황씨는 “졌지만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한다는 게 뭔지 보여줬다. 또 우리에겐 후회 없는 가족 나들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얼굴 보고 살지만 제대로 된 나들이는 자주 못했다”며 “큰 맘 먹고 나오길 잘했다. 신난다”며 활짝 웃었다. 할머니의 웃음 소리에 손자 준엽이의 섭섭한 표정은 사라졌다.



마포서 의경 황득선씨 “내 또래 기성용·이청용 선수 할 수 있다 자신감 준 롤 모델”



#4.“나도 그대들처럼 꿈을 펼치리라”




마포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황득선(21) 수경에게 태극전사들은 비슷한 또래다. 기성용 선수가 그와 동갑이고, 이청용 선수는 황씨보다 한 살이 더 많다. 두 사람은 제대를 한 달 앞둔 황씨에게 ‘롤 모델’이 됐다. 황씨는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나도 사회에 나가 일 한번 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순찰·경비를 담당했다. 지하철 및 경기장 입구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일이다. 그래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는 순찰하면서 ‘쌍용(기성용과 이청용 선수를 일컫는 말)’의 활약을 곁눈질로 훔쳐봤다. 지난해 9월 입대한 황씨는 대학에서 피부관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남자가 무슨 피부관리학이냐”는 편견에 마음 고생을 했다. 황씨는 “한국의 16강 진출을 비웃던 사람도 있었지만, 나랑 비슷한 나이의 대표팀이 해냈다. 나도 다른 사람의 편견을 의식하지 않고 내 분야에서 일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이 젊은이들에게 주는 의미를 알 것 같다”고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사람들이 모이는 게 그저 신났다. 2006년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어서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황씨는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강기헌·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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