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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오남용 감소 … 줄어든다던 의료비는 되레 올라

중앙일보 2010.06.28 00:40 종합 24면 지면보기
2000년 7월 1일 도입된 의약분업은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8월부터 전면 실시됐다. 당시 환자들이 처방전만 받아든 채 의아해하고 있다. [중앙포토]
24일 오전 11시, 주부 황미정(서울 창신동)씨는 7개월 된 아들을 안고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서울대 어린이병원 문을 나섰다. 한 손에는 기저귀 가방이, 다른 손에는 처방전이 들려 있다. 택시를 타고 집 근처 약국으로 가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얼마 전 동네 약국에 처방전을 들고 갔다가 약이 없어 허탕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는 수 없이 대학로 방면으로 나 있는 병원 후문 근처 약국으로 향했다.


의약분업·건보통합 10년

다음 달 1일이면 의약분업·건강보험 통합을 한 지 꼭 10년이 된다. 의약분업의 슬로건은 ‘진료는 의사에게, 조제는 약사에게’였다. 수십 년간 불분명하던 병원과 약국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건강보험 통합은 직장조합(139개), 지역조합(227개), 공무원·교직원 의보공단 등으로 나뉘어 있던 것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합친 것이다. 한국 의료의 틀을 선진화하려는 개혁이었다. 10년간 항생제 사용이 줄고 보험료 부담이 형평성 있게 바뀌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불편은 여전하다. 또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 상황과 제도를 재평가해서 개선하려는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절반의 성공=의약분업의 목적은 ▶의약품 오남용 감소 ▶의료비(약제비) 절감 ▶약품 유통 투명화 ▶의사와 약사의 이중 서비스 등이다. 그동안 약의 오남용은 많이 줄었다. 처방전에 항생제가 들어간 비율이 2002년 72.6%에서 지난해 49.7%로 떨어졌다. 주사약 사용도 줄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의사의 ‘환자 1인당 3분 진료’는 잘 이뤄지지 않고 설명 부족도 여전하다. 약사의 약 복용법 설명 서비스도 미흡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비 상승이다. 10년 전 정부는 의약분업을 하면 약물 오남용 감소로 약제비, 나아가 의료비가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진료비는 2001년 약 18조원에서 지난해 39조원으로, 약제비용은 약 4조원에서 약 12조원으로 솟구쳤다. 노인인구 증가 때문에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의약분업이 원인이 된 측면도 강하다. 대형 병원의 고가약(동일 성분 중 가장 비싼 약) 처방이 2003년 65.5%에서 지난해(4분기 기준)에는 70.2%로 올라갔다. 약의 마진이 사라지면서 비싼 약 처방이 늘어났다.





반드시 의료기관 밖의 약국에서 약을 조제토록 강제한 점도 의료비 상승을 불렀다. 병원 안이든 밖이든 관계없이 약사가 조제하면 의약분업인데도 외부 약국으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약 조제 한 건당 1000원이 더 들어가고 환자 불편도 가중됐다.



건강보험 통합은 과거 가난한 조합과 부자 조합, 도시와 농촌, 젊은이와 노인 간의 불공평한 보험료 부담을 개선했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는 “건보 통합으로 관리운영비가 지출의 6~7%에서 3%로 효율화됐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는=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이규식 교수는 “한국처럼 사회보험 방식의 의료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1990년대 이후 보험 재정을 단일화하되 관리는 분권화하는 추세”라며 “건보공단 지사에 재정관리권을 줘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 통합 전 조합들이 알아서 살림살이를 하던 때의 순기능을 접목하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소득에 비례해서 부과하는 쪽으로 단순화하자”고도 제안했다.



또 전문가들은 두 제도를 시행한 지 10년이 됐으니 객관적으로 상황을 평가해서 보완하자고 주장한다. 여전히 선진국보다 높은 항생제 처방과 고가약 처방 억제 방안, 암을 비롯한 외래 중환자의 불편 해소 방안 등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신성식 선임기자,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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