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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으로 변신한 장한나 “사회를 바꾸려고 해요”

중앙일보 2010.06.28 00:33 종합 28면 지면보기
“하루아침엔 안 되겠지만, 음악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천천히 그 일을 하려고 해요.” 3년 전 지휘자로 데뷔했던 첼리스트 장한나씨가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꾼다. 사회에 다가가는 음악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성남아트센터 제공]
첼리스트 장한나(28)씨가 이름을 처음 알린 건 16년 전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결선무대. 자그마한 체구의 열두 살 소녀가 빨간 원피스를 입고 하이든 협주곡 C장조를 열연하는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제2의 데뷔’는 3년 전이었다. 경기도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장씨는 검정 지휘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 국제청소년교향악단 축제에서 한국·중국·독일의 연합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그의 도전은 음악계의 관심을 끌었다. 뉴욕 필하모닉의 전 지휘자인 로린 마젤, 줄리아드 음대의 제임스 드프리스트 등 세계적 지휘자들이 지휘 스승과 후원자를 자처했다.



장씨가 ‘음악 감독’으로 또 한번 데뷔한다. 8월 14일부터 2주간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이라는 음악축제를 연다. 무엇보다 포부가 대단하다. 미국에서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연주에 그치지 않을 거에요. 사회를 바꾸려고 해요”라며 당당하게 선언했다. “클래식을 멀게 느끼는 청중을 위해 연습 현장을 공개하고, 해설과 함께 음악을 소개할 것”이라고 했다. 30세 미만의 연주자를 모은 ‘앱솔루트 클래식 오케스트라’ 지휘, 경찰교향악단과 함께하는 공연 등이 계획돼 있다.



때문에 장씨가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무대 기획자의 실무도 익혀야 한다. “연주 곡목만 정하면 되는 게 아니라, 공연 기획과 진행, 심지어 후원 기관들과의 조율까지 해야 해요. 또 인터넷에서 이번 공연을 어떻게 알릴까, 어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해야 사람들에게 가깝게 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요.” 경찰교향악단을 고른 것은 사회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대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있어서, 이번 축제의 성격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장씨는 이번 공연에 스승 로린 마젤도 직접 섭외했다. “3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마젤과 함께 오페라를 공부했어요. 마젤이 한 달 동안 세편의 오페라를 공연했는데, 제가 부지휘자로 따라가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죠. 한국에서 축제를 열 건데, 음악 안에서 많은 사람이 하나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말씀 드렸죠.”



마젤도 흔쾌하게 동의했다고 한다. 장씨는 마젤이 “현장을 보고 싶다. 한국의 젊은 음악도들에게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며 개런티 없이 축제에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마젤은 제자가 음악축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훈수도 둘 예정이다. 장씨는 “마젤이 깜짝 출연도 약속했다”며 이번 공연의 흥행을 기대했다.



장씨가 이처럼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기존에 없는 것들을 만드는 게 적성에 맞아요. 예를 들어, 외국의 음악 학교에는 기량이 뛰어난 한국 학생들이 즐비해요. 그런데 정작 이들이 함께할 기회는 없었죠. 그들이 함께 연습하고 연주할 자리를 만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했죠.”



‘앱솔루트 클래식 오케스트라’는 이렇게 꾸려졌다. 장씨가 직접 DVD 심사와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정했다. 음악가의 사회적 기여에 눈을 뜬 장씨가 다음엔 또 무엇을 빚어낼까.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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