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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끝장 토론 필요한 윤증현과 전재희

중앙일보 2010.06.28 00:29 종합 34면 지면보기
언제부턴가 즐거움이 됐다. 고향 부모님 댁에 갈 때 읍내에서 장을 보는 일이다. 두부 950원, 콩나물 1000원, 사탕 1830원, 맛살 4750원, 삼겹살 1만9020원…. 어머니는 돈 드는데 뭐 하러 사오느냐면서도 좋아하신다. 버스 타고 장을 보러 가는 일이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챙겨 드려야 할 것은 또 있다. 소화제·진통제·피로회복제 같은 간단한 의약품이다. 한밤중에 탈이 나면 정말 큰일인 곳이 시골이다. 평상시 소화제·박카스·우황청심환이라도 준비해 둬야 그나마 안심이다. 그런데 서울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집 근처 수퍼나 24시간 편의점에 가도 박카스 한 병 살 수가 없다. 의사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OTC)인데도 약국에만 판매가 허용돼 있어서다. 얼마 전 밤중에 복통이 났다. 아내가 주변 약국을 훑었다. 문을 연 곳이 없었다. 병원 응급실에 가자니 번거로웠다. 밤새 구토를 하며 버텼다. 심야 당번 약국을 운영하겠다던 정부였다.



개인적인 얘기를 꺼낸 것은 우리 의약서비스의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의약서비스 선진화 드라이브를 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실무 책임자인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립은 가관이다. 협력 정책이 시급한데 누구를 위한 줄다리기인지…. 24일에도 그랬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는 자리였다. 영리의료법인(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재확인됐다. 기자들이 도입 방안을 묻자 전 장관은 “보완책이 나오기 전에는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의료비 상승과 지방 병원 경영난이 우려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 장관은 얼굴이 굳어졌다. 또 불편한 듯 침묵을 지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21일)에서 “영리법인 도입 방안을 하반기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했던 그였다. 윤 장관은 “한국에서 치료를 받겠다는 외국인 환자가 늘고 있다. 의료산업의 국제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조속한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었다.



일반의약품 판매를 둘러싼 엇박자도 여전하다. “약물 오남용이 우려된다. 국민 안전이 우선이다”(전 장관), “판매제한 규제를 풀자. 국민 편의가 우선이다”(윤 장관). 두 부처 관료들도 ‘으르렁’이다. 복지부 주무 과장은 “약국보다 영세한 수퍼에 일반약품을 넘기려는 발상 자체가 반서민적이다. 내가 피투성이가 되고 총알받이가 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까지 했다. 그러자 재정부 관계자는 “뒷돈(의약품 리베이트)을 수십 년간 챙겨온 약사 편만 들고 있다”며 복지부를 비난했다.



의약서비스 선진화는 글로벌시대에 정말 중요하다. 영리의료법인이든 일반의약품 판매 문제든 결국 국민과 국가를 위한 일이다. 진정으로 의료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마음이 있다면 두 장관은 공개적으로 만나 끝장 토론을 하시라. 그리고 해법을 내놓으시라. 어물쩍 다음 장관에게 짐을 떠넘기려는 것은 직무유기다.



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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