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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FTA 재논의, 새로운 불씨 안 돼야

중앙일보 2010.06.28 00:28 종합 34면 지면보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월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견을 해소하고, 이후 수개월 내 미 의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측과 ‘새로운 논의’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조치로 한·미 FTA의 구체적 일정이 정리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랫동안 공전(空轉)해온 한·미 FTA 비준도 탄력을 받게 됐다. USTR의 친절한 설명대로 ‘새로운 논의’가 재협상(renegotiation) 대신 재조정(readjustment)의 과정을 밟을지 몰라도, 그 핵심은 한국의 자동차와 수입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에 맞춰질 게 분명하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한·미 FTA에 거부감을 표시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양국 간 최대 현안의 하나였다. 한·미 FTA가 한발 전진하려면 미국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미세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재조정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일방통행식 압박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은 언제 광우병 촛불 시위가 재연될지 모를 예민한 사안이다. 이미 국내 일부 세력은 공공연하게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는 대신 한·미 FTA를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사실상 재협상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미 의회의 설득에 성공한다고 끝날 일도 아니다. 2008년 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을 때 전기톱과 해머까지 난무한 ‘추태’가 벌어지지 않았던가. 따라서 한·미 FTA 재조정은 복잡한 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자동차노조와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한국 반대세력의 불만까지 헤아릴 필요가 있다. 양국 협상팀은 한·미 동맹 유지·강화라는 최상위 목표 아래 양국의 정치·사회적 환경을 배려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대외협상만큼 국내 이해세력을 설득하는 대내 협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미 FTA 재조정이 또 다른 불씨를 남겨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작권 전환 연기와 한·미 FTA를 거래한다는 오해부터 불식시키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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