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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보 숨통 열어준 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

중앙일보 2010.06.28 00:28 종합 34면 지면보기
2012년 4월 17일부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군이 단독 행사하고, 한·미 연합사령부를 해체한다는 2007년의 한·미 합의는 당시의 냉랭했던 양국 관계가 반영된 결과였다. 협상 분위기에서부터 동맹국 간 상호존중 정신은 찾기 어려웠다.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군사적 측면보다는 ‘자주 국가의 요체’라는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미국은 미국대로 이런 노 정부를 경원(敬遠)했다. 미국은 한국의 전작권 이양 주장을 처음엔 시기상조로 봤다. 그러나 노 정부의 ‘반미·자주’ 노선을 간파한 미국은 ‘조기 이양’ 카드를 내밀었다. 노 정부의 2012년 이양 제안을 2009년으로 맞받아쳤던 것이다. 전작권을 하루빨리 한국 정부에 넘기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한다는 의도도 있었다. 결국 미국의 후퇴로 2012년으로 정해졌지만 3년이나 앞선 이양 시점을 제시할 정도로 미국은 격앙됐었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요소들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전환 시점이 결정됐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 정상이 전환 시점을 예정보다 3년7개월 연기한 2015년 12월 1일로 고쳐 잡은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국가 간 합의를 다시 조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잘못된 합의’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두 정상의 합치된 의지가 힘든 결정을 이끌어 냈다고 본다. 남은 기간 동안 양국은 작전, 정보, 전력(戰力) 확보 등에서 차질 없는 후속 협의를 통해 재조정된 전환 시점을 정확하게 지키기 바란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원래 한·미가 그렇게 갈등을 빚을 사안이 아니었다. 물론 우리는 독립국가로서 한국이 전작권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미국도 전작권을 영원히 갖겠다는 것이 아니다.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기로 전략을 바꾼 다음부터는 특히 그런 입장이다. 문제는 시기와 방법이다. 한국군의 준비 상황과 북한의 위협 강도 등에 대해 양국이 치밀한 검토를 거쳐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아무 문제가 안 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2012년 4월’이라는 전환 시점은 이런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 2011년까지 150조원을 투입, 첨단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무산됐다. 두 차례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까지 한 북한에 대응할 한국의 전력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특히 천안함 사태에서 드러났듯 한국군의 작전 능력은 아직 미숙하다. 2012년은 한국과 미국의 대선 등으로 정치 불안이 가중될 수 있는 해이기도 하다. 어디를 봐도 전작권 이양의 동인(動因)이 없는 것이다.



다만 이번 결정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두 정상 사이에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는 대(對)국민 설득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연기 결정의 배경은 무엇이고, 추가로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혹시 이로 인해 다른 분야에서 미국에 양보하는 것은 없는지 등 국민이 궁금해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상세하고 진지하게 설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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