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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16강도 … FTA도 … 결국 경쟁의 힘

중앙일보 2010.06.28 00:12 경제 4면 지면보기
아쉬운 밤이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예전에 느끼곤 했던 허망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8강 진출은 비록 좌절됐지만 한 단계 성숙한 경기 내용은 앞으로 더 나아질 거란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16강전을 앞두고 있는 일본 또한 대단히 세련된 실력을 과시했다. 이처럼 향상된 경기력을 가능케 한 추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인화·단결·지도력, 또는 과학적 훈련이나 과감한 지원 등등 여러 분석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핵심에 자리한 건 ‘경쟁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감한 신인 발탁을 통한 세대간 경쟁, 해외파와 국내파 간의 자존심 경쟁, 나아가 아시아 맹주를 다투는 한·일의 국가 간 경쟁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경쟁을 통해 다져진 힘이 한국과 일본의 동반 16강 진출이란 아시아 축구의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치열히 겨루면서 함께 나아지는 것, 그게 경쟁의 힘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오는 11월 방한 시까지 관련 쟁점을 해소하고 내년 초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3년을 허송세월한 한·미 FTA 마무리 작업에 재시동이 걸렸다. 양국 의회비준이란 최종 성사까지는, 자동차·쇠고기 등 넘어야 할 고개가 만만치만은 않다. 이 고개를 넘기에 앞서 왜 우리가 한·미 FTA를 시작했는지를 다시 새겨봤으면 한다. FTA는 회원국 간 교역 시 관세·비관세 장벽 등 무역장벽을 없애는 협정이다. 한마디로 상호 개방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 체질을 강화함으로써 성장의 추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것, 그게 FTA란 수단을 추진해 온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리 산업을 이만큼까지 끌어올린 것, 나아가 새로운 힘을 창출해 내는 것, 그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결국 경쟁의 힘이다.



요즘 경쟁을, 불편한 것을 넘어 옳지 못한 것으로 여기는 듯한 이들이 적잖게 보인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나타나는 움직임들은 불길하기까지 하다. 교육받을 수 있는 보편적 권리를 누리는 것과, 자신의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상호배타적인 양 몰아가고, 평등성의 대의(大義) 앞에 수월성은 불필요한 혹처럼 치부되는 발언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교원평가를 둘러싸고는 한국교총까지 나서 ‘교원평가를 성과급제와 승진 등에 연동하는 것은 교사들의 자발성과 자생능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경쟁은 회피할 수 없는 현실임에도 이 경쟁을 체득하는 첫 단계인 학교에선 경쟁의 부당함을 노래한다. 그렇다면 부단한 경쟁을 통해 힘을 쌓지 않고선 축구도 경제도 앞길이 암담하다는 건 어디서 배워야 하는가 말이다.



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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