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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번져가는 전투의 불길

중앙일보 2010.06.28 00:08 경제 19면 지면보기
<준결승 3국>

○·추쥔 8단 ●·이창호 9단



제 3 보
제3보(26~36)=전보 흑▲는 이창호 9단의 가벼운 변신이었다. 그러나 이 판은 이 한 수로 인해 운명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미 설명한 대로 백이 A로 잇는 것은 흑의 주문이다. 바둑은 기세의 싸움이기에 상대의 주문은-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들어줄 수 없다. 추쥔 8단은 판에 고개를 쑤셔 박고 장고하더니 26을 들고 나왔다. 26은 최강수다. 아래 쪽 뒷맛이 고약하지만 그건 나중 문제고 우선은 칼을 받아보라고 대들고 있다.(검토실에선 ‘참고도1’ 백1도 거론되었지만 흑2가 형태의 급소여서 흑이 편하다.)



강한 반발에 부닥친 이창호 9단이 묵묵히 판을 내려다보고 있다. 내가 약하니 당장 상대를 혼내줄 수는 없다. 포위당하면 안 되니까 일단은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나가야 할까. ‘참고도2’ 흑1의 붙임수가 통하면 좋겠지만 백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27로 나갔고 상대는 28부터 강인하게 조여온다. 그리하여 36까지 전투적인 공방전이 들불처럼 번져간다. 흑▲를 둘 때 이런 변화까지 생각했던 것은 아닌데 뭔가 바둑은 걷잡을 수 없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정리된 바둑을 좋아하는 이 9단에겐 조금은 피곤한 흐름이다. 이 9단은 이마의 땀을 닦아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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