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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꿈나무 키우는 창의 선생님

중앙일보 2010.06.28 00:07 경제 15면 지면보기
“얘들아, 분수를 쏴 올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포항 지곡초등학교 김영희 교사

“전기가 있어야지요.”



“그렇지. 전기 같은 동력이 있어야겠지. 그런 것 없이도 작동하는 게 있어요.”



경북 포항 지곡초등학교에서 김영희 교사(오른쪽에서 둘째)와 어린이들이 공기를 이용한 분수를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6학년 어린이들이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쫑긋 기울인다. 질문과 답변이 한동안 계속됐다.



“자, 분수 만들기가 성공했는지 볼까.”



“하나·둘·셋-.”



한 어린이가 고무관을 막은 집게를 풀자 병 속의 가는 관에서 물이 솟구친다. 아이들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손뼉을 쳤다.



지난 15일 오전 경북 포항시 지곡동 포항제철 지곡초등학교 과학실인 에디슨실의 과학수업 현장이다. 과제는 ‘신기한 분수’ 만들기. 고대 그리스의 물리·수학자인 헤론(Heron)이 고안한 분수를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보는 시간이다.



수업 진행의 주인공은 이 학교 김영희(43·교육연구부장) 교사다. ‘창의성 교육의 전도사’로 이름난 인물이다. 오랜 기간 어린이 창의력 함양에 헌신해 붙여진 별명이다. 지곡초교는 포스코교육재단(이사장 이대공) 소속 5개 초등학교 중 하나다. 32학급에 전교생이 1054명으로 창의성 교육 시범학교로 돼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이가 김 교사다.



우선 그의 수상경력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한국교직원공제회 주최 ‘제6회 한국교육대상’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교육 분야 국내 최고 권위의 상 가운데 하나다. 앞서 2007년에는 과학기술부 장관이 주는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받는 등 30여 차례 수상했다. 경남 마산 출신인 그는 마산 제일여고와 진주교대를 나와 1989년 마산의 공립 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으나 결혼과 함께 포항의 초등학교로 옮겼다. 이어 91년 포스코교육재단의 교사채용 공고를 보고 응시해 합격했다. 과학 교육을 할 여건이 더 나을 것 같아서였다. 그는 과학 담당교사와 과학부장을 거치는 등 줄곧 과학 과목을 맡았다. 김 교사가 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중학 2년 때다. 방송 특활반을 이끌던 물상(지금의 물리)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다. 방송기기를 배우고 물상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과학에 재미를 붙였다. 진주교대에 다닐 때는 부전공으로 실과를 택했다. 당시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어 본 것이 실험도구 제작 등 과학수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가 창의성 교육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건 1999년이다. 재단이 창의성을 갖춘 인재양성에 무게를 두기로 하고 전 교사에게 창의성 교육을 받도록 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능력,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을 길러주려면 공부가 필요했어요. 새로운 분야라서 호기심도 작용했지요.”



그는 온라인 강좌를 듣고 관련 서적을 찾아 읽는 등 이 분야에 매달렸다. 2008년에는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에서 과학과 창의성 교육 연수를 받기도 했다. 그에겐 포스텍(POSTECH)의 ‘노벨동산’이 자극제 역할을 했다. 이곳에는 로드릭 매키넌(2003년 화학상)·로버트 러플린(1998년 물리학상) 등 노벨상 수상자 26명이 심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들이 이 대학을 방문할 때마다 심은 것이다. 본관 옆 광장에는 인류의 과학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맥스웰·뉴턴·아인슈타인·에디슨 등 4명의 과학자 흉상이 있다. 옆에는 ‘미래의 한국 과학자’라고 적힌 빈 좌대(座臺) 두 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 교사는 “그 자리에 흉상이 놓일 ‘과학 꿈나무’를 길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학 창의력 탐구반’ 어린이들의 발명품
에어형 무릎 보호대(2007년ㆍ대한민국 학생발명전시회 장려상) 무릎 보호대 안쪽에 공기가 들어가는 주머니형 보호대를 덧대 충격 완화, 다리 굵기가 다른 사람도 사용 다목적 스테이플러(2007년ㆍ대한민국 학생발명 전시회 동상) 위쪽에 고무자석을 붙여 못 쓰는 스테이플(철침)을 붙이고 안전핀을 설치해 손가락이 다치는 것을 방지 접이식 스케이트 보드 (2008년)야간에도 탈 수 있도록 앞에 라이트를 설치하고 운반이나 보관이 쉽도록 접이식으로 제작(왼쪽부터)
창의성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은 그 뒤로 두드러진 발자취를 남겼다. 우선 매주 한 시간씩 하는 ‘창의’ 과목을 개설했다. 처음엔 1, 2학년을 상대로 했지만 2006학년도에 전교생으로 확대했다. ‘사이언스 데이(Science Day)’도 제정했다. 매년 하루만이라도 책을 덮고 과학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는 취지의 행사다. 과학 심화반인 ‘과학 창의력 탐구반’을 만들어 깊이 있는 실험·체험 교육을 하고 있다. 교사모임도 만들었다. ‘포철 지곡 과학창의력 신장연구회’다. 김 교사 등 10명의 선생님이 그동안 10여 권의 창의성 관련 교재를 만들었다.



김 교사는 질문이나 교구 활용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동료인 이용석(53)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과학에 관한 질문을 하나 하더라도 호기심을 일깨우고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김 교사는 요즘도 자정 무렵까지 학교에 남아 책과 씨름하기 일쑤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19)과 남편(48·자동차 딜러)이 뒷전으로 밀린다고 푸념하곤 한다”며 웃었다. 힘들 때가 많았지만 남편과 아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김 교사는 “프로 근성을 늘 강조하는 남편 덕에 마음 편하게 학교 일에 매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창의성 교육 강좌 강사로도 활동한다. 자신이 10년간 배우고 가르치면서 쌓은 지식을 다른 교사와 공유하려는 것이다.



“많은 선생님이 창의성 교육에 관심을 갖고 과학 꿈나무를 키워줬으면 좋겠어요.”



포항=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생각하는 재미 붙이고 과학대회 입상 확 늘고

지곡초 창의 교육 성과는




15일 오후 경북 포항 지곡초교의 창의학습실. 6학년 어린이들이 창의력 개발 도구인 ‘4D 프레임’으로 다양한 물체를 만들고 있었다.



“이게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동차와 비슷하게 생긴 한 어린이의 ‘작품’을 들고 김영희 교사가 묻는다.



“바퀴를 달아야 해요.” “뒤에 프로펠러가 있으면 돼요.”



아이들의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사고능력을 일깨우는 과정이다. 이 학교는 10년간 이런 창의성 교육을 해왔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선 과학 과목에 흥미를 느끼는 어린이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창의학습실에는 연결봉을 이어 입체 구조물을 만드는 4D 프레임, 3차원 입체 퍼즐인 소마큐브, 칠교·하노이탑·블록커스 등 다양한 교구가 있다. 놀이를 즐기면서 공간지각에 관한 창의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은영(12·6년)양은 “어떤 것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까 생각하는 것이 고민스럽지만 어느 시간보다 재미있다”며 웃었다.



과학 관련 공모전이나 경시대회에 나가 입상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도 소득이다. 재학생들은 지난해 학생과학탐구올림픽과 제1회 어린이발명왕대회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받았다. 로봇 과학탐구대회, 전국 초교생 환경과학 독후감 공모대회 등 전국 규모의 과학·창의력 대회 입상자가 114명에 이른다. 이는 2008년 61명의 두 배 가까이 된다. 발명품 경진대회·전자과학탐구대회 등 경북도 단위의 행사 입상자도 9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과학창의재단 과제 공모에서 전국 2위를 차지한 이규산(12·6년)군은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신종플루 마스크를 개발했다”며 “창의력 학습을 하니 다른 과목 공부에도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영종 교장은 “창의성 교육의 성과를 검증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각종 과학경시대회에 적극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 창의력 탐구반’에 들어가려는 학생도 늘었다. 탐구반이 생긴 2006년엔 40명 모집에 60명이 지원했지만 해가 갈수록 경쟁률이 높아져 올해는 3대1을 기록했다. 탐구반 어린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1~5시 창의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경북도교육청 신동식 과학담당 장학사는 “사립학교로는 드물게 재단·학교·교사가 똘똘 뭉쳐 창의력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교육재단의 이대공 이사장은 “과학과 창의성 교육을 재단 산하의 전 학교로 확대해 해외에 이름을 떨칠 과학 동량을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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