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성훈 대한암학회 신임 이사장
1958년 창립한 대한암학회는 외과는 물론 방사선종양학과·산부인과·소아과·이비인후과 등 암을 치료하는 모든 의사가 모인 학술단체다. 회원만도 1500여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암 전문가’ 집단이다. 매년 굵직한 학술대회를 열며 암의 기초연구부터 임상분야까지 아우르고 있다.
노 이사장은 “암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치료시기를 놓치고 가산을 탕진하는 분이 아직도 많다”며 “학회가 의사들의 향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매스컴과 협력해 암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는 데 발 벗고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암 환자 생존율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위·간·자궁경부·대장·갑상선·유방·폐 등 주요 암들의 5년 생존율이 미국보다 높다. 이는 대한암학회 등 의료계의 활발한 학술활동이 암 치료의 자양분이 됐기 때문.
“암 치료를 포함해 우리나라 의술의 세계적 위상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이제 외국 의사들이 배우러 올 정도가 됐죠. 환자 치료 중 막히는 게 있으면 e-메일로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의 지나친 규제 탓에 높은 국내 의료수준이 10~20년 뒤 다시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제약사들이 순수하게 의사단체의 학술행사를 지원하는 것조차 ‘불법 리베이트’로 간주하는 ‘의약품 공정경쟁규약’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의사 개인이 대가성 불법 리베이트를 받는 것은 당연히 규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산학이 협력해 순수한 학술활동을 벌이고, 여기서 얻은 지식을 환자 진료에 적용하는 것까지 불공정한 행위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또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의사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리면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에 금이 가고, 결국 치료 결과도 나빠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노 이사장은 “국내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면 의료계의 세계 석학이 찾아와 우리 의료의 위상이 높아지고,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의료를 알리는 홍보대사가 된다”며 “이 같은 발전적인 산학협동까지 차단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성훈 이사장은 대한암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대한암학회지도 암 치료 성적에 걸맞게 2~3년 내에 SCI(과학·기술 논문 인용 색인)에 등재할 계획”이라며 “논문을 통해 연구 성과와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운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