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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의료비 잡을 열쇠, 국산 신약 개발에 있다

중앙일보 2010.06.28 00:01 건강한 당신 10면 지면보기
급증하고 있는 의료비 절감의 열쇠로 국산 신약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 만성질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국민의료비 중 차지하는 약제비의 비중도 덩달아 늘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 산업의 ‘쌀’이 될 경쟁력 있는 국산 신약 개발의 당위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정부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지식경제부가 공동으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범부처 전주기(全週期) 신약개발 사업 공청회’를 열었다. 산·학·연·관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선 향후 9년간 정부와 민간기업이 각각 6000억원,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할 국산 신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우수한 치료 효과는 물론 의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국산 신약 개발의 닻이 올랐다.


닻올린 정부·민간기업 9년 프로젝트

2009년 기준 당뇨병·고혈압·심장질환·동맥경화·뇌혈관질환 등 5대 성인병(만성질환)에 걸린 사람은 923만여 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05년 737만여 명보다 약 25.3% 증가했다.



성인병 증가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불거진 특징 중 하나다. 환자가 늘면 의료비도 늘기 마련이다. 2000~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의 평균증가율은 4.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증가율인 2.0%(2000~2006년)보다 2배 이상 높다.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총 지출액도 2007년 기준 61조3000억원으로,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이 6.8%를 차지한다. 이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료비 중 의약품이 15조1000억원으로 24.7%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 부담으로 작용할 국민의료비를 잡기 위한 묘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을 꼽는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조헌제 실장(범부처 전주기 글로벌 신약개발사업 기획위원)은 “우리나라는 의료비 증가로 위협받고 있다. 2015년 이후 1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의료비 절감의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방법은 신약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성인병 관련 의약품 80% 이상 수입품



국내 의약품 사용량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08년 의약품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 무역수지 적자는 2004년 1조8156억원에서 2008년 3조2916억원으로 5년간 81.3%나 증가했다. 문제는 의약품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조헌제 실장은 “다국적 제약사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수입의약품 비중은 약 30%”라며 “성인병 등 다빈도 처방 의약품만 보면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공급하고 있는 의약품은 우수한 치료효과를 내세운 ‘신약’들이 대부분이다. 그 때문에 시장 점유율도 높다.



신약이 주는 이점이 치료효과에만 있을까. 신약 개발의 다양한 경제적 효과는 많은 연구에서 확인된다.



미국 컬럼비아대 프랭크 R 리히텐베르크 교수는 1996년 신약 사용이 질병발생·사망·의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신약을 사용할수록 사망률과 질병으로 인한 결근일이 모두 감소했다. 게다가 추가 의약품비 지출을 줄여 전반적인 의료비 지출을 7.2배 감소시켰다. 또 다른 미국 경제연구소(NBER) 자료에 따르면 신약은 1인당 연 111달러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보였다.



정부·기업 1조2000억 재원 마련키로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부·지식경제부는 ‘전주기적 범부처 신약개발사업’에 각각 2000억원씩 총 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토종 제약사 등 민간기업들도 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어서 총 1조20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된다.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원천기술과 최원호 과장은 “글로벌 신약개발은 국민의료비 부담 해소와 국가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꼭 이뤄야 할 과제”라며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해 2019년까지 세계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신약 10종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신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총 14개가 개발됐다. 하지만 시장성 등에서 수입 의약품에 밀려 아직까지 빛을 못 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등 3개 부처는 이 돈으로 수입 의약품을 대체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신약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암·만성질환·중추신경계질환 등 상위 10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집중한다.



최원호 과장은 “범부처 신약개발 사업으로 10개 글로벌 신약이 탄생하면 1조9000억원에서 최대 9조8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의약품 무역수지 적자폭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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