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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포기 기업 모셔라” 지자체들 기다렸다는 듯 구애

중앙일보 2010.06.25 00:51 종합 12면 지면보기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 조성 중인 오창 제2산업단지. 130만여㎡ 규모로 2011년 6월 준공 예정이다. 충북도는 세종시 입주 예정이던 기업 가운데 전자·정보, 재료·소재 분야 기업을 이곳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충북개발공사 제공]
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22일 자신의 특사 2명을 삼성과 한화에 파견했다.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날이다.


수정안 부결 되자마자 유치전

이들에겐 두 기업이 세종시 수정안에 따라 계획했던 4조여원의 투자를 유치하라는 특명이 주어졌다. 특사들은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이 있다는 이점을 내세웠고 수도권 규제 완화와 각종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 당선자 측 관계자는 24일 “특사와 기업 관계자의 협의 내용은 밝힐 수 없다. 송 당선자가 취임하면 두 기업 경영진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만 뛰는 게 아니다. 중앙일보 조사 결과 24일 현재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 등 9개 자치단체가 세종시 입주 예정이었던 기업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이 중에는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힌 단체장 당선자가 6명이나 포함돼 있다.



올 초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교육과학중심 첨단경제도시 발전방안) 발표 당시 삼성 등 4개 기업이 밝힌 투자 규모는 4조3770억원, 과학벨트 조성에 3조5487억원이다. 그러나 수정안대로 세종시가 조성될 경우 투자 의향을 가진 기업들이 더 있어 투자 규모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유치전은 6·2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주도한다. 기업 유치가 곧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수정안 반대를 주도한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는 2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나와 “수도권 기업이 지방에 내려올 때 주는 기업 이전 보조금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세종시)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들이 큰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을 잡기 위한 유치전이 가장 치열하다. 기업 유치를 추진 중인 9개 광역단체 중 8곳에서 삼성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삼성그룹에 수원과 용인 기흥에 삼성전자와 삼성SDI 본사가 있는 만큼 대체 부지로 경기도가 적격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경기도 관계자는 “삼성이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넓이의 땅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유치를 위해 청와대까지 접근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영남의 한 광역단체는 지역 출신 정·관·재계 인사를 동원해 청와대와 총리실까지 로비할 계획이다. 광역단체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 인맥을 동원해 기업 신사업팀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보안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공개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충북은 이시종 당선자가 취임하는 대로 대기업 유치를 위한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충주기업도시의 경우 신설·창업기업에 대해 5년(3년 100%, 2년 50%)간 법인세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세종시 입주 때와 같은 규모의 세제 혜택이다.



전북도는 기업들이 원하는 땅을 값싸게 제공하는 원형지 방식으로 대규모 부지를 조성할 계획인데 김제시 산업단지의 경우 300만㎡ 규모 부지를 3.3㎡당 10만원 이하로 공급할 계획이다.



영남은 연합전선을 펴기로 했다. 경북도와 대구·울산이 공동으로 과학비즈니스 벨트 유치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관련 대기업에 파격적인 용지 공급과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다. 웅진코웨이그룹 윤석금 회장은 24일 “원안도 수정안만큼 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면 세종시에 안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영진·신진호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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