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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 기업은행장 “중기 퇴직연금 전문 보험사 8월 출범”

중앙일보 2010.06.25 00:26 경제 7면 지면보기
기업은행, 요즘 유독 튄다. 은행권이 주택대출 금리를 내리거나 코픽스 신상품을 낼 때 맨 앞에 선 게 기업은행이다. 업계에선 ‘국책은행이 정부 방침에 따라 먼저 총대를 메는 거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3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만난 윤용로(55·사진) 기업은행장은 “국책은행보다는 ‘특별한 시중은행’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코드 맞추기’보다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위한 전략이란 주장이다. 그가 올해 내세운 목표는 ‘개인고객 1000만 명 시대’. 후발주자로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앞세운 게 가격 경쟁력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가장 먼저 0.5%포인트 인하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선 덕에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개인고객 수는 올 들어 28만 명 늘었고(5월 말 현재 925만 명), 개인예금 잔액도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가계 대출 증가 금액은 은행권 최고다.



“금융위기가 닥쳐 시중은행들이 움츠러들었을 때를 기회로 활용했죠. 다른 은행보다 직원 수가 적어 비용이 적다 보니 금리를 내릴 여력도 있었고요.”



그렇다고 명색이 기업은행인데 기업금융에 소홀할 순 없다. 지난해 은행에서 나간 중소기업 대출(84조원) 중 58%를 기업은행이 지원했다. 금융위기 이후 다들 중기 대출에 소극적일 때 나섰다. 대출이 급증했지만 중기대출 연체율은 1.39%로 은행권에서 둘째로 낮다. 리스크 관리를 꾸준히 해온 덕이다.



“일단 물에 빠진 사람은 살려놓고 봐야 한다는 게 외환위기 때의 교훈이에요. 다들 어려울 땐 기업 경쟁력이 문제인지, 위기 탓인지 알 수 없거든요. 구조조정은 그 다음에 하면 되죠.”



윤 행장은 “올 들어서는 자체적으로 600개 거래기업을 신용평가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올 들어 기업은행은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 5월 자본금 900억원 규모의 ‘IBK연금보험’에 대한 예비허가를 받았다. 윤 행장은 “이르면 8월 초 중소기업 퇴직연금을 전문으로 하는 보험사로 출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기업은행은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을 모두 아우르게 된다.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기반은 마련된 셈이다. 윤 행장은 “계열사 간 정보 교류를 위해서는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게 꼭 필요하다”며 “하반기에 정부·국회와 충분히 협의를 하면 내년쯤엔 (지주사 설립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두 달 전부터 트위터를 시작했다. 보통 이동 중 차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올린다. 직원과 고객 등 팔로어가 400명 가까이 된다. 이른바 ‘소통경영’이다.



“2년 반 동안 영업점에 가서 직원들 만나고, 행장실에 초청하고, 메신저 하고, 갖은 걸 다 해봤어요. 직원들 얘기를 들어주니까 마음을 열더군요. 기업은행이 보수적이라는 건 옛말이에요.”



분위기를 띄워주자 직원들의 아이디어에도 불이 붙었다. 휴대전화결제통장·IBK하이카드 같은 인기 상품이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명품지점’을 선정하고, 입지 않는 유니폼을 베트남에 보낸 것도 직원들이 낸 의견이었다.



2007년 말 취임한 윤 행장은 임기를 6개월 앞두고 있다. 이미 여러 자리에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30년 하면서 차관(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나 행장 모두 꿈도 못 꿨던 자리”라며 “지금까지 온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메가뱅크론’에 대해선 신중한 의견을 냈다. “찬반 양쪽 모두 맞는 말”이라면서도 “큰 은행도 의미 있지만 글로벌 은행에서 일할 사람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선도은행을 키우는 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여건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글=한애란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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