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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다…‘하극상’ 매크리스털 아프칸 사령관 경질

중앙일보 2010.06.25 00:22 종합 14면 지면보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꿨다. 군사령관이 행정부 고위 참모들과 전략을 비난하자 “문민통제 훼손”이라며 책임을 물었다.


“민주주의 핵심, 군에 대한 문민통제 훼손”

오바마는 지난해 5월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데이비드 매키어넌 아프간 사령관을 교체했다. 후임엔 스탠리 매크리스털을 임명했고 이번에 자신이 발탁한 아프간 사령관을 경질한 것이다. 오바마는 매크리스털과 30분간 단독 면담을 한 뒤 그를 바로 경질했다. 오바마가 그와 관련된 내용을 보고 받고 경질까지 걸린 시간은 채 80시간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전시 사령관이 바뀐 것은 1951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한국전쟁의 방향을 놓고 부딪쳐 맥아더가 해임된 뒤 사실상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매크리스털 아프간 사령관 교체를 발표했다. 오른쪽은 후임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 [워싱턴 AP=연합뉴스]
오바마는 이날 백악관으로 매크리스털을 소환해 30분간 해명을 들은 뒤 “그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오바마는 “최근 보도된 기사에서 보여준 행동은 사령관이 준수해야 할 기준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며 “그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핵심인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훼손했고 우리 팀이 함께 일하는 데 필요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를 바꾸지 않고는 아프간전 수행 노력과 목표 달성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또 “개인적 모욕감에서 내려진 결정이 아니다.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항상 정중했고 나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고 덧붙였다.



오바마는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는 개인보다 더 강한 제도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군의 명령계통과 이에 대한 문민통제 유지가 바로 그 제도”라고 강조했다.



매크리스털은 최근 잡지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빌어먹을 전쟁”이라고 말하는 등 오마바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와 아프간 정책을 경멸조로 비판했다. 매크리스털은 오바마의 경질 발표 직후 아프간 카불 사령부에서 낸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전 전략을 강력히 지지한다” 고 밝혔다.



후임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 사령관이 임명됐다. 그는 부시 행정부 때인 2007년 1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사령관을 지내며 이라크 상황을 안정시켰다. 매크리스털의 낙마는 아프간전 전략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사령관 교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아프간 작전의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데다 의회 내 전쟁 장기화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면 아프간 전략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아프간 사령관 교체는 인적 교체일 뿐 정책 변경을 뜻하지 않는다”고 기존 전략의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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