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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돋보기] 아산 배방읍 잇단 ‘묘비전도 사건’

중앙일보 2010.06.25 00:22 2면 지면보기
지난 20일 아산 배방읍의 한 가족묘 비석들이 지난달에 이어 또 넘어진채 발견됐다. [아산경찰서 제공]
아산 배방읍 북수리의 한 가족묘가 잇따라 봉변을 당했다. 누군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묘비 10여 개를 넘어뜨렸다. 비석 자체를 훼손시키지는 않았다. 이 묘역은 6·2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의원으로 출마했던 A씨의 가족묘로 A씨 부친을 비롯한 숙부·백부, 조부·증조부·고조부 등 직계 조상들이 모셔져 있다.


“우리 가문에 무슨 억하심정 있어…”

‘묘비 전도(顚倒)사건’은 지난달 27일 시작됐다. A씨 조카가 묘소에 제초제를 뿌리러 왔다가 비석 10개가 넘어져 있는 걸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지방선거 투표일 6일전이었다. A씨는 자신을 음해하는 이의 소행으로 여기고 사건이 알려지는 걸 원치않았다. 경찰도 선거기간임을 들어 보도 자제를 요청,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출동한 경찰은 범인이 비석을 손으로 넘어뜨리면서 혹 지문을 남기지 않았을까 여겨, 감식했으나 찾지 못했다. 또 묘역엔 잔디가 잘 깔려있어 발자국도 찾질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비석들(총 17개)은 20여 년 묘역을 조성하면서 세운 것으로 크기가 크지 않아 성인이 힘을 줘 밀면 어렵지 않게 넘어뜨릴 수 있다.



A씨는 묘비를 원상 복구하면서 시멘트을 이용해 비석을 받침석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러나 20일 또 비석 12개가 쓰러져 있는 게 발견됐다. 지난 4일까지 멀쩡했던 비석이었다. 이번에는 비석 받침석까지 뽑혀 있었다.



“도대체 우리 가문과 무슨 원한이 있어 이럴까.” 한 달 사이 해괴한 일이 연이어 터지자 A씨와 종친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지난달엔 지방선거와 관련된 일이라 여겼지만 선거도 끝났는 데도 또 이런 일이 벌어지니 난감할 뿐이다. A씨는 “누군가 우리 집안의 기를 꺾기 위해 계획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태로 범인 검거가 쉽지 않을 거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재발 방지를 위해 A씨에게 묘역에 CCTV 설치를 권유했다. 아산에선 1999년 이충무공과 종친 묘 수십 기에 한 무속인이 100여 개의 식칼과 쇠말뚝을 꽂는 묘소 훼손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A씨는 이번 지방선거(도의원)에서 차점으로 낙선됐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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