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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창호의 소박한 주문

중앙일보 2010.06.25 00:19 경제 19면 지면보기
<준결승 3국>

○·추쥔 8단 ●·이창호 9단



제 2 보
제2보(17~26)=이창호 9단은 양날개의 중앙(17)부터 점령한다. 허약한 백△ 두 점 쪽에 먼저 화력을 쏟아부을 수도 있지만 자칫 후수가 될 수도 있다.



추쥔 8단은 예상대로 18로 받았고 이후 23까지 가장 흔한 형태가 됐다. 24도 평범한 공격. 최종국의 긴장감이 멀리 검토실에서도 느껴진다. 지금 두 대국자는 쉽사리 변화를 도모하기 힘든 심리 상태일 것이다. 한데 놀랍게도 먼저 궤도를 이탈한 사람은 이창호 9단이다. 24로 뛰었을 때 25로 들여다본 수. 작은 변화지만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파장은 엄청났다.



계속 쉽게 둔다면 ‘참고도1’이다. 흑1로 한 칸 뛰면 백2, 4의 선수. 이후 5, 7로 살고 9로 잇기까지 실전에서 숱하게 등장한 교본 같은 수순이다. 실전 25는 약간 다른 걸 주문하고 있다. ‘참고도2’ 백1로 이으면 그때 흑2로 뛰겠다는 것. ‘참고도1’과 똑같지 않으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참고도2’는 흑2 다음 백A가 빈삼각이라서 둘 수 없다. 결국 ‘참고도1’ 같은 수순으로 진행될 수 없다. 이게 이 9단의 소박한(?) 주문이다. 그는 아주 작은 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추쥔은 결코 들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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