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병 청룡부대 이호연 사단장 현충원 비문 모아 시집 펴내

중앙일보 2010.06.25 00:17 종합 32면 지면보기
‘한경아!/너 석양빛 받으며/청량리역을 떠날 때/씩씩하던 모습 어디 가고/말 없이 돌아왔단 말이냐/…나는 자랑한다/조국의 명예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장렬히 전사한 너를/네 혼 곁에 엄마가 항시 있으니/고이 잠들어라’(육군 병장 고한경의 어머니).


“한 떨기 꽃은 졌어도 그 넋은 영원히 하늘에 사노라

6·25전쟁과 베트남전 등의 전장에서 산화한 전몰장병의 묘비명(墓碑銘)을 모아서 엮은 시집이 발간됐다. 해병 청룡부대(제2사단) 이호연(53·소장·사진) 사단장은 최근 서울과 대전 현충원 등지의 비문 50여 개를 모아 ‘해와 달이 지켜주는 사모시(思慕詩)’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펴냈다.



이 장군은 20여 년간 카메라와 수첩을 들고다니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사자들의 비문들을 수집해 왔다. 그는 “20여 년 전 소령 시절 때 서울의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았다가 가슴 찡한 장면을 목격하고 수집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먼저 간 아들의 묘비를 쓰다듬고 있는 하얀 소복 차림의 어머니와 남편의 묘 앞에서 넋을 잃은 채 눈물을 닦아내는 젊은 여인의 모습에 그도 따라서 눈시울을 적셨다는 것이다.



이 장군은 저마다 절절한 사연을 담은 이들 비문을 사연의 주인공들을 따라 나눠서 시집에 실었다. 제1부 ‘꺼지지 않은 불꽃, 자랑스런 내 아들아’는 먼저 보낸 자식을 그리는 부모의 마음을 담았다. 제2부 ‘일편단심 민들레 사랑’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먼저 떠난 남편과 애인을 그리는 마음들로 가득하다.



‘눈물은 언제나 마를 날이 없어/비가 되어 내리는/그때에도 난 당신의 아내가 되리’(육군 준위 김말수의 아내) 등이다.



제3부 ‘보고픈 우리 아빠’ 편에는 ‘아빠가 보고 싶을 때/하늘을 쳐다본답니다/…아빠를 만날 때까지/성실하고/겸허하게/살아갈 것입니다’(해군 중령 유진영의 딸들) 등 전몰장병 자녀의 마음이 배어 있다.



제4부 ‘영원한 전우여’에는 함께 배우고 싸운 군 동기생들의 진한 우정이 담겨 있다. ‘27세 짙은 젊음을/조국의 하늘에 바쳤노라/…한 떨기 꽃은 졌어도/그 넋은 영원히 하늘에 사노라’(공군 소령 김봉율의 동기생).



이 장군은 “전사자들의 비문을 찾을 때마다 모윤숙 시인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몰장병의 희생에 대한 보상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남은 우리들이 그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후손들에게 그분들의 정신을 전해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냈다”라고 말했다.



김포=정기환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