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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초교 증축이냐, 장재초교(가칭) 신설이냐

중앙일보 2010.06.25 00:17 2면 지면보기
아산신도시(1단계) 아파트 입주민들이 초등학교 신·증설 문제를 놓고 교육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아파트 앞 학교 용지가 있지만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생수가 문제다. 학교를 새로 만들기에는 학생수가 부족하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다. 반면 주민들은 미래를 예측해 (가칭)장재초등학교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출산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출산 때문에 학생수용계획 기준이 크게 바뀌었다. 교육청과 주민들이 현실성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쉽지 않다.


아산신도시 학교 신설 ‘오락가락’ … 저출산이 가장 큰 원인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아산신도시(1) 임대아파트(1블럭)에 사는 지원(6학년·여)이와 지혜(4학년)는 1㎞ 거리에 있는 연화초등학교에 다닌다. 지난해 개교한 이 학교는 아산신도시에서 유일하다. 맞은편에 다른 초등학교 터가 있지만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다. 학교 건립 계획도 불투명하다. 풀만 무성한 이 용지는 앞으로도 2년 6개월 동안 적막한 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가칭)장재초등학교 자리인데 학생수용계획 기준에 맞지 않아 학교가 들어설 수 없게 됐다.



아산교육청이 아산신도시(1단계)에 있는 (가칭)장재초등학교 건립 계획을 유보하고 인근의 연화초교는 개교 1년만에 증축키로 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오른쪽은 풀만 무성한 장재초교 예정용지. [조영회 기자]
천안·아산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아산신도시 계획 당시 초등학교 3곳(아산지역 2곳, 천안지역 1곳)과 중학교 2곳(아산 1곳, 천안 1곳), 고등학교 1곳의 용지를 확보했다. 중·고교 용지는 계획대로 진행됐지만 초교는 3곳 가운데 1곳(연화초)만 개교했다. 2곳 가운데 1곳(장재초)은 신축이 불투명하고 천안지역에 예정된 학교용지는 아예 폐지됐다. 당시만 해도 보통 2000~2500세대가 넘으면 초등학교를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학생수용가구 기준을 4000~5000세대로 변경해 일선 시·군 교육청에 시달했다. 예전 같으면 2000세대면 학급이 찼는데 지금은 4000세대 이상은 돼야 학교를 세워 24개 학급을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산신도시에는 아파트 4개 단지(1·3·7·8블럭) 2773세대가 있다. 연화초에는 22개 학급이 찼다. 30개 학급으로 지어진 연화초는 아직 여유(8개 학급)가 있다. 교육청은 나머지 1271세대(2·4·6블럭)가 들어서더라도 학교를 신설하지 않고 연화초에 6개 학급만 증축하면 학생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재초를 신설하려면 25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연화초를 증축하면 예산의 10% 정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학교를 신설해 텅 빈 교실을 만들지 않기위해서다.



아산교육청 관계자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학교를 세우지 않고도 몇 개 학급만 증축하면 얼마든지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운동장 넓이나 체육관 면적을 보더라도 아이들이 이용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고 배식 장소도 1200~1300명분 이상 먹을 수 있도록 공간이 넉넉해 과밀학급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예정용지 인근에 사는 1·3블럭(2·4블록은 입주 예정) 주민들은 계획대로 학교 신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학에 따른 불편함과 자녀들의 안전 문제가 가장 큰 이유다. 지원이와 지혜는 연화초를 걸어 다니지 않는다. 등·하교 때마다 어머니가 차량으로 동행한다. 주변이 온통 공사장인 데다 우범지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집에 돌아 갈 때는 학년 별로 하교시간이 제각각이다. 등교 때처럼 아이들이 함께 모여 가기가 쉽지 않다. 초등학생 걸음걸이로 평균 25분 이상을 걸어 가는 동안 주변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학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이 때문에 연화초는 유난히 학원차량이 많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원차량이 아이들을 싣고 학원에 들렀다가 집으로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마지못해 학원을 보내야 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학교 인근에 설치된 최신식 육교는 인적이 드물어 무용지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학부모 상당수가 얼마 후면 가까운 곳으로 아이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애꿎은 학부모들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증축에 따른 과밀학급 우려다. 개교한지 불과 1년이 갓 지난 학교를 다시 공사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상황은 학부모로서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각종 소음과 분진 등 공해는 수업 지장을 초래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여러 조건을 따져보고 임대·분양한 아파트가 교육시설 유무에 따라 시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학교용지가 예정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면 교육청과 시행사(한국토지주택공사)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미와 학부모회장은 “통학 거리도 중요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다니는 거리에 위험요소가 너무 많은 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학교 주변에는 공사장과 고등학교가 있고 아이들은 거기서 나오는 대형차량과 근로자,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과 수시로 마주치는 상황이어서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학년별로 하교 시간이 모두 달라 아이 한 두 명이 걸어 오는 모습을 보면 부모 입장에서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학부모와 교육청은 최근 간담회를 갖고 학교신설 계획을 오는 2012년 말까지 유보하고 연화초를 증축할 경우 학교 안의 별도 부지를 마련해 공사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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