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정봉 기자의 도심 트레킹 ⑤ 양재 시민의 숲 동편

중앙일보 2010.06.25 00:16 Week& 7면 지면보기
전편에 예고했던 대로 이번에 걸을 길은 ‘양재 시민의 숲’ 동편이다. 이곳도 그늘 아래를 걷는 길이다. 양재천 근처에는 사실 여름에 걷기 좋은 길이 많다. 물이 있어 나무가 높이 자라고 짙은 그늘을 만든다. 양재천을 따라 걷는 길도 좋지만, 여름에는 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걷는 게 좋다. 양재천 바로 옆 포장된 산책로는 걷기 편하지만 그늘이 없는 게 단점이다.


테이크 아웃 커피 들고, 아름드리 나무 쭉쭉 뻗은 길서 노는 맛

왼쪽엔 카페, 오른쪽엔 나무 늘어서



시민의 숲 북동쪽 끄트머리, 양재천이 지류인 여의천과 갈라지기 직전 영동1교가 양재천을 가로지른다. 영동1교 북단 동쪽에서 걷기 시작한다. ‘주마등 술집’이라고 궁서체로 쓰인 간판의 주점이 바로 보인다. 이 집에서 오른쪽 골목 안으로 꺾은 뒤 조금 걷다가 코너를 돌면 멋진 가로수길이 펼쳐진다. 양재천 둑 너머로 조성된 가로수길인데 오른편으로 메타세쿼이아가 죽 심어져 있다.



서울에 이만한 메타세쿼이아 길이 또 있을까. 영동1교에서 2교를 지나 3교, 4교 또 지나도 우거진 가로수 길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길의 왼편은 예쁜 카페가 늘어섰고, 오른편은 아름드리 가로수가 뻗었다. 이런 가로수가 양재동부터 도곡동까지 양재천 둑을 따라 3.5㎞나 일직선으로 계속된다. 영동 1교부터 영동 6교까지 6개의 다리가 700~800m 간격으로 놓였다. 다리가 있다고는 하나 모두 교각 아래를 지나기 때문에 걷는 데 끊김이 없다.



오른편 길은 둑 위와 둑 아래 인도로 나뉜다. 둑 위의 길은 산책로처럼 조성돼 있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바로 옆에 인도와 둑 위의 산책로까지는 10m 정도 떨어졌다. 인도와 산책로 사이 키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지만 중간중간 통로가 있어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다. 둑 위를 걸으면 양재천을 내려다보면서 걸을 수 있고 벤치가 있어 쉴 수도 있다. 벤치에 앉아 양재천의 강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를 보고 있으면 여름이 계속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왼편 인도는 카페 앞을 지나는 길이지만, 그늘도 없고 좁다. 그래서 영동 1교에서부터 영동 2교까지는 둑길을 걷는 게 좋다. 다만 걷기만 하는 게 심심하다면 건너편 카페로 어렵지 않게 건너갈 수 있다. 둑길 위에서도 건너편 카페가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걷다가 눈에 띄는 카페가 있으면 건너가도록 하자.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카페들도 많아 간단히 커피를 사 들고 나와도 좋고,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



왼편에는 카페뿐만 아니라 가구 갤러리도 몇 군데 있다. 줄지어 선 카페를 지나 300~400m쯤 가면 나오는데, 오래된 엔틱 가구를 전시해 놓았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 100년 이상 된 가구를 수입한 곳들이 많다. 들어가면 풍기는 낡은 목재 향과 함께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둑 아래 오른편 인도는 공영주차장으로 돼 있어 걷기가 불편하다. 차 2대를 댈 수 있는 공간이 불쑥불쑥 나오기 때문에 길이 끊긴다. 둑 위에는 우레탄으로 포장된 푹신한 길도 있는데, 여름에는 그다지 걷기에 좋지 않다. 강한 햇볕을 맞아 고무 타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불쾌하고 오래 걸으면 머리도 아프다. 또 이 길의 끝은 영동 2교와 만나는데, 다리 위에는 건널목이 없기 때문에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와야 하는 점도 불편한 부분이다.



영동 1~6교 밑 지나 … 1~2교 사이는 ‘연인 거리’



영동 1~2교 사이 길은 해가 진 뒤에도 걷기 좋다. 카페들은 저녁이면 고급스러운 와인 바로 변신한다. 그래서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할 만하다. 저녁과 함께 와인을 즐긴 뒤 나와 잠깐 걸으면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다. 그래서 서초구에서는 이 곳에 ‘연인의 거리’라는 별칭을 붙였다.



영동 2교를 지나면 갑자기 메타세쿼이아의 수령이 부쩍 높아진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무 우듬지가 하늘 높이 솟았다. 여기서부터는 공영주차장도 없어 둑에서 내려와 인도를 걷는 것도 괜찮다. 차들도 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 때문에 속도를 줄이고 다니기 때문에 걷기 불안하지 않다.



이번 길은 강남대로·논현로 등 굵직굵직한 도로를 잇는 다리 아래를 걷는 길이다. 그런데도 도로 위는 딴 세상으로 느껴질 만큼 한적하고 조용하다. 메타세쿼이아가 3㎞가 넘게 펼쳐져 있는 길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충분히 걷기의 행복을 누리고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면 왼쪽으로 꺾어 400~500m 걸으면 된다. 지하철 3호선이 양재천과 그 정도 간격을 두고 나란히 뻗어 있어 지하철역과 쉽게 만날 수 있다. 영동 3·4·5·6교 아래에서 좌회전하면 각각 지하철 3호선 매봉·도곡·대치·학여울 역이 나온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