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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my LIFE] 이상백 천웅 슈우스프 이사장

중앙일보 2010.06.25 00:14 1면 지면보기
이상백 천웅 슈우스프 이사장은 30년째 자비를 들여 야학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 그가 야학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제도적으로 해결해야할 숙제란다. [조영회 기자]
“야학이요? 없어져야죠.”


30여 년 야학 사랑 … “야학이요? 없어져야죠”

한 은행 사무실에서 만난 50대 남성이 야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IBK기업은행 나사렛대학교 출장소장을 맡고 있는 이상백(53)씨의 얘기였다. 그는 30년째 야학에 몸담고 있다. 그런 그가 ‘야학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속내는 야학 자체가 제도권 교육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실력이 아닌 학력 위주로 일을 하는 사회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대학을 나와야 그나마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가 야학을 접하게 된 건 30여 년 전인 1979년. ‘새마을야학’에서 자원봉사로 첫 대면식을 가졌다. 이후 자신이 활동하던 야학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면서 ‘제자’들의 요청으로 야학을 맡게 됐다. 당시에는 야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모이더라도 집회로 여겼다. 이 때문에 동아리로 만들어 활동을 했다.



단국대를 다니던 82년 당시 야학봉사 동아리 천웅 슈우스프(SCHJF)를 만들게 된 계기다.(천웅은 천안과 단국대를 상징하는 곰을 의미하며, 슈우스프(SCHJF)는 Service Creative Humanity Justice Friendship의 머리글자다.)



그가 야학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어릴 적 읽은 위인전 성격의 책이 그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에 대한 책을 읽은 것이 기회가 됐다고 한다.



“어릴적 읽은 책들과 시골정서, 농촌정서가 야학을 하는데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충남 보령이 고향인 그가 웃으며 말한다.



이렇게 단순히 시작한 야학활동이 그의 인생을 뒤바꿔놓았다. 많은 것이 버려지고 많은 것을 얻었다. ‘쥐꼬리 월급’에서 야학 교실의 월세를 내며 힘들게 살았다. 월세 이외에도 부족한 운영비를 메꿔 나가야 했다. 보증금, 월세가 부족해 이사도 숱하게 다녔다. 지금까지 10번이 넘는다. 지금도 월세 70만원이 꼬박 들어간다. 1년에 10번 정도 행사도 한다. 중등부와 고등부를 운영하니 입학식과 졸업식이 각 2번씩이다. ‘메인’행사인 검정고시도 2번씩 치른다. 야유회, 수련회, 체육대회 등의 경비도 부담하고 있다. 연간 1000만원 정도가 나간다고 한다.



매년 2번씩 정기적으로 하는 워크숍은 자신의 집에서 1박2일을 보낸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집도 넉넉한 공간이 아니어서 일부는 밤을 세고, 거실과 현관문 앞, 부엌 바닥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일이 허다하다. 20년 넘게 이런 행사를 치러냈다. 가족과 학생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지 이번(26일)에는 큰마음을 먹고 대천으로 가기로 했다. 어릴 적부터 야학을 보고 자란 대학교 4학년의 큰 딸이 워크숍에 따라 간다고 조르고 있다.



아내 조경숙(52)씨는 남편의 이런 활동 덕분(?)에 학습지 교사를 하며 가계에 보태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든든한 후원자다. 결혼 전부터 야학하는 남편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



이씨는 야학 외에도 지역의 사회복지단체에 많은 후원을 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삶 덕분에 상도 많이 받았다. 국무총리상을 비롯해 도지사, 한국은행총재표창 등.



이씨는 이제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배우는 공간이 늦깎이 학생들의 공부 뿐 아니라 다문화가정에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려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글자 하나하나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재래시장문화, 유적지 등을 다니며 ‘산교육’을 하고 싶어 한다. “현재 야학의 공간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웅야학은 천안시 성정동 롯데마트 인근의 건물에서 매일(월-금)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열린다. 중등부과 고등부를 운영한다. 매년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30명까지, 지금까지 550여 명의 졸업자를 배출했다. ▶문의=041-556-1938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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