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마트폰 처지고 TV는 ‘승자 덫’에 … LG, 이번 CM서 어떤 활로 찾을까

중앙일보 2010.06.25 00:06 경제 9면 지면보기
24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동관 회의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남용 LG전자 부회장 등 LG전자의 경영진 20여 명과 마주 앉았다. LG그룹의 최고위 전략회의인 ‘컨센서스 미팅(CM)’ 자리였다. 구 회장과 LG그룹 각 계열사 경영진은 매년 6월과 11월 CM을 한다. 11월 CM을 통해 한 해 경영실적을 점검하고 새해 전략을 논의하고, 6월엔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한다. 24~25일 이틀간은 LG전자 차례였다.



이날 모임은 근래 보기 드물게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익명을 원한 LG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12만8000원(4월 27일)→9만5200원(6월 24일). 눈에 띄게 하락한 LG전자의 주가가 이 고민을 대변해준다.



최근 LG전자는 기로에 서 있다. 회사의 주력인 휴대전화와 TV에 ‘이상 기류’가 생겼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에서는 지구촌을 강타한 스마트폰 시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 전쟁이 본격 점화한 지난해 말 LG는 ‘스마트 팔로어’를 선언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공할지 좀 더 지켜보다가 소비자 반응을 살펴 영리하게 좇아가며 내실을 기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빨리 움직였다. 해가 바뀌자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과 비(非)스마트폰, 딱 두 가지로 나뉘었다. 스마트폰 열풍은 고가 휴대전화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LG에 타격을 가했다. 지난해 2분기 12.7%에 달했던 휴대전화 사업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0.9%로 쪼그라들었다. 이달 초 ‘옵티머스Q’를 출시했지만 애플의 아이폰 4와 삼성의 갤럭시S 출시 경쟁에 가려졌다. LG 관계자는 “밤을 새워가며 개발해도 경쟁 업체들이 더 앞선 사양을 내놓고 있다”며 “후발주자의 고통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TV는 승자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LG전자의 LCD(액정화면) TV는 1분기에 유럽시장에서 20.9%의 점유율을 올렸다. 2007년에 비해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20%를 넘긴 것도 처음이고, 경쟁사인 소니도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유럽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유로화 가치 하락과 달러화 상승은 패널 등 부품은 달러로 구입하고, TV 대금은 유로로 받는 LG전자에는 이중의 고통이 됐다. 유럽은 LG전자의 LCD TV 매출에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월드컵과 함께 장이 선 3D(3차원) TV 시장에서도 후발 주자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결국 TV사업 부문의 수익으로 휴대전화 부문의 실적 부진을 상쇄하며 시간을 벌려고 했던 구상은 벽에 부닥쳤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11월 CM에서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LG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전략 수립이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LG전자 안팎에서 문책성 인사나 조직 쇄신 루머마저 떠도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LG그룹 관계자는 “현 상황이 그룹 차원의 위기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 책임을 묻는 것은 LG 스타일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LG전자에 대한 이틀간의 CM은 그동안의 전략적 오류를 짚어보고 추격 전략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10여 종 출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3~4분기 실적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에 봉착한 LG전자엔 24~25일의 CM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상렬·문병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