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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더 거둬 창조적 일자리 만들어야”

중앙선데이 2010.06.19 23:21 171호 6면 지면보기
일본 정부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노 요시야스 오사카대 교수.
-간 총리의 경제 가정교사라고 하는데, 그의 경제 철학과 정책의 특징을 설명해달라.
“간 총리의 경제 철학과 정책을 직접 말할 수는 없다. 대신 내각부 경제고문으로서 내가 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만을 말하겠다. 올해 초부터 한번에 두 시간씩 예닐곱 차례 그와 재무부 관료 등에게 내가 생각한 불황과 디플레이션 탈출 방법을 설명했다. 간 총리는 열심히 내 설명을 들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경제 가정교사’ 오노 요시야스 교수


-간 총리의 경제 정책 가운데 상당수가 당신의 아이디어라는 얘기가 많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간 총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는 나도 모른다. 내 일은 그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고문들은 곧잘 자신의 희망을 주군의 뜻으로 포장해 말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오노 교수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엄격히 구분 했다.

-간 총리가 세금을 더 거둬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무슨 의미인가.
“세금을 더 거둬들인다고 경제 성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세금으로 ‘창조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성장이 촉진된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했던 말 아닌가.
“그는 실업자에게 구덩이를 파고 메우라고 시킨 뒤 돈을 주라고 말했다. 수요가 늘어 공황이나 불황에 빠진 경제가 되살아날 것으로 봤다. 내가 보기에 케인스의 아이디어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 나는 정부가 세금으로 창의적이고 안정적인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을 더 거두면 민간 수요를 억제하지 않을까.
“세금을 깎아준다고 일본의 민간 수요가 늘어나는 단계가 아니다. 일본인들이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은 고용 불안 때문이다. 앞으로 살길이 불안하니 돈을 버는 순간 저축해버린다. 경제 주체들의 불안감을 제거해줘야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

-창의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어떤 것인가.
“친환경 분야나 의료·교육 서비스 등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자리다. 단순히 정부가 세금으로 연기금을 늘려주거나 각종 보조금을 지급해봐야 재분배 효과만 있을 뿐이다. 수요가 기대한 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일본이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일본은 공급보다 수요가 부족한 상태다. 한국도 이미 그런 단계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완숙기에 들어선 나라들이 그렇다. 여기에다 일본인과 일본 기업들은 거품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자산 손실도 경험했다. 극도로 현금에 집착하게 됐다. 정부가 세금으로 창의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내면 수요가 늘면서 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 하락은 없어진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구조조정을 철저히 하지 않아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고 본다.
“구조조정 방식은 수요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을 기업 등 공급 쪽에서 풀어보려는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90CE>) 전 총리 등이 했던 정책이다. 그는 금융권 부실자산을 털어내고 일반 기업의 구조조정을 자극했다.”

-일본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기업의 효율성은 높아졌을 수 있다. 많은 직원을 내보내 비용을 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국민 경제 차원에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놀고 있고, 수요가 부족해 제품과 서비스가 다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여 있는 것도 비효율이다. 이런 비효율이 일본 경제의 문제점이다.”

-고이즈미식 개혁으로 어느 정도 되살아나지 않았나.
“80년대엔 ‘일본의 종신고용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고이즈미 전 총리 때는 미국식 구조조정이 해법이라는 말이 힘을 얻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과학적인 근거보다 시대의 유행을 좇아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였다.”

-고이즈미식 개혁은 실패했다는 말인가.
“일본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때문에 실직자가 더 늘어나 수요가 더 줄었다. 임금까지 하락해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이 더욱 악화됐다. 또 침체 때문에 세금이 덜 걷혀 재정도 악화됐다. 이제 고이즈미식 구조조정 정책은 틀렸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디플레이션을 치유하기 위해 은행권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돈을 꿔주고 있다. 또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입물가를 올리는 방식을 쓸 것으로 예상됐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BOJ) 총재의 디플레이션 해결책이 효과가 있을까.
“간 총리에게 ‘일본은행이 그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효과가 없다. 이제 총리께서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시라카와 총재의 정책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 계속 돈만 퍼부어 주는 중앙은행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현금 집착증(유동성 선호)은 고용불안을 해결해줄 때만 사라진다.”

-간 총리 집권 이후 엔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가 많다.
“자연스러운 결과다. 환율은 간단히 말해 경상수지에 달려 있다. 내수가 늘어나면 경상수지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엔화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엔화 약세는 외환위기 불안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자국 통화 가치가 높으면 경제가 탄탄하다는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대일 때 일본 경제가 활기찼다. 반대로 지금 엔-달러 환율이 90엔대다. 지금 일본 경제가 탄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왜 요즘 엔 가치가 호황기보다 높을까.
“멀리 보면 고이즈미 등의 구조조정 정책이 원인이다. 일자리가 줄어 일본 내 소비가 감소하면서 수입이 줄었다. 반면 기업의 수출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늘어났다. 경상수지가 증가하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침체→경상흑자 증가→엔화 강세의 악순환이다.”

간 총리는 최근 의회 연설에서 일본이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일본이 그리스나 스페인처럼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을까? 오노 교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정부의 빚이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지 않은가.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부도 내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국채의 값이 떨어질 수는 있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일본은 해외에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에 지고 있는 빚을 다 갚을 능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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