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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3경기만 뛰어도 출전료 100억원 받아

중앙선데이 2010.06.19 23:15 171호 4면 지면보기
거리 응원도 무료는 아니다. ‘공공장소 전시권’을 규정한 FIFA는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경기장면을 방영할 경우 참가인원에 따라 돈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거리응원은 기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다. 사진은 기아자동차 후원으로 파리에서 열린 FIFA 팬페스트 행사. [기아자동차 제공]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월드컵이 되면 왠지 모르게 들뜬다. 한국 경기가 열릴 때마다 진행되는 거리 응원도 즐길 만하고, 안방에서 TV만 틀어도 세계적인 팀들의 경기를 편안하게 관전할 수 있다. 4년에 한 번씩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이 ‘최고의 축구 잔치’가 내뿜는 신나는 분위기에 전염이 된다.

골과 돈이 쏟아지는 축구제전

그런데 과연 월드컵은 순수한 축제 그 자체일까. 대회가 열릴 때면 축구인들보다도 기업인들이 계산기 두드리느라 바쁘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에서는 각종 홍보효과를 노리는 글로벌 기업의 치열한 홍보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남아공엔 일자리 16만 개 생겨
남아공 정부는 이번 월드컵 기간 중 15만90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213억 랜드(약 3조39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도 2% 정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은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총 64경기가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전 세계의 총 시청자 수가 263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인구를 68억 명으로 가정하면 1인당 평균 4경기씩 보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회가 거듭될수록 FIFA가 벌어들이는 돈, 그리고 기업들이 거두는 홍보 효과가 점점 커진다는 사실이다.

FIFA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총 36억 달러(약 4조3250억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벌어들였던 23억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일단 지난 대회에 비해 TV 중계권료가 늘어났다. 이번 TV 중계료는 27억 달러에 이르고, 이는 독일 월드컵에 비해 30% 정도 늘어난 수치다. 또한 6개의 공식 파트너(현대·기아자동차, 아디다스, 코카콜라, 소니, 에미리트항공, 비자카드)가 FIFA에 총 6억6000만 달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권 수익은 2억5000만 달러다.

FIFA의 공식 스폰서가 얻는 홍보효과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공식파트너로 참여하면서 60억 달러(약 7조209억원)의 광고효과를 본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당시 213개국에 중계된 월드컵 경기에서 현대차 광고가 경기당 평균 12분 노출된 것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현대차는 투입한 금액의 10배가 넘는 홍보효과를 봤고, 브랜드 인지도 역시 월드컵 이후 6개월 동안 10%가량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홍보효과가 더 커졌다. TV 브랜드 노출시간이 총 13시간에 달했기 때문이다. 광고 효과는 한·일 월드컵에 비해 30%나 증가했고, 독일 월드컵 이전 1% 안팎이던 유럽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2.4%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FIFA의 후원사가 되는 등의 스포츠 마케팅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일반 마케팅이나 광고에 비해 브랜드 제고 효과가 뛰어나서다. 세계 200여 개국에서 직접 제품과 브랜드 광고를 집행하는 것에 비해 월드컵이나 올림픽 공식 스폰서가 되면 수백 개의 나라에 단번에 광고를 할 수 있다. 또한 스포츠가 주는 진실성과 감동, 건강함과 역동성 등의 이미지를 기업 이미지와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도 돈을 번다. 남아공 월드컵 총상금은 무려 4억200만 달러(약 5046억원)에 달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과 비교하면 8강 이상 오른 팀들에 돌아가는 상금이 크게 늘어났다.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은 대회 준비금으로 100만 달러(약 12억원)씩을 받고, 조별리그 3경기만 하고 16강에 탈락해도 참가금 800만 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16강에 오르면 900만 달러, 8강 1800만 달러, 4강 2000만 달러, 그리고 우승팀은 3000만 달러, 준우승팀은 25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올해부터는 월드컵에 소속팀 선수 차출을 허용한 프로축구 구단에도 FIFA가 차출수당을 지급한다. 선수 한 명당 매일 1600달러(약 192만원)다.

직접 손에 쥐는 돈이 전부는 아니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얻는 경제 효과도 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국가브랜드 홍보 효과는 약 1억5300만원이다. 한국이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는 4억5900만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6강부터는 관심도가 더 커지기 때문에 홍보 효과는 더 커진다. 만일 한국이 16강전을 치를 경우 조별리그 한 경기보다 42배나 많은 63억원가량의 국가 브랜드 홍보 효과를 거두게 된다.

거리응원 TV중계에도 돈 물리는 FIFA
FIFA는 현재 현금성 자산 15억 달러를 보유한 초우량 기업이다. FIFA는 2009년 1억96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FIFA에 이처럼 큰돈을 가져다 주는 콘텐트는 바로 ‘월드컵’이다. 그리고 월드컵 비즈니스의 핵심 키워드는 ‘중계권’이다. FIFA가 처음부터 중계권료를 많이 챙긴 건 아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처음 컬러 TV 생중계가 시작된 이후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FIFA의 주요 수익원은 중계권료가 아닌 다국적기업들의 공식 후원 계약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초반 세계경제 침체로 기업들의 후원 계약이 주춤해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당시 블라터(현 FIFA 회장) 사무총장은 수익사업의 방향을 바꿔 중계권료를 인상했다. 중계권료를 올리면서 FIFA는 82년 스페인 대회부터 참가국 수를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렸고, 98년 프랑스 대회부터는 32개국으로 확대했다.

2002년부터 FIFA는 새로운 판매 전략까지 도입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중계권료를 패키지로 묶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중계권의 희소성을 높여 가격을 올리려는 의도였다. 월드컵 중계권료는 2002년과 2006년 28억 스위스프랑(약 2조2240억원)으로 폭등했다. FIFA는 “올림픽이 10억 달러라면 월드컵의 가치는 그 이상”이라고 주장하며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했다.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료 협상을 하는 동안 FIFA는 영국 BBC와 협상을 하면서 동시에 영국 민영 방송인 스카이TV와도 접촉하는 ‘이중 플레이’를 했다. 그 결과 FIFA는 영국 중계권료를 2006년 독일 월드컵에 비해 30~50% 더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유료 채널인 카날플뤼가 월드컵을 중계하고, 스페인에서는 케이블방송사 ‘소게’가 40경기를, 이탈리아에서는 위성TV 채널인 스카이이탈리아가 39경기를 독점 중계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싱가텔이 64경기를 유료 중계하자 월드컵을 보지 말자는 보이콧 운동까지 벌어졌다. ‘돈 없으면 월드컵도 못 보는’ 세상이 된 것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22일 “이번 월드컵은 가장 많은 경기가 유료 채널로 중계되는 대회로 기록될 것”이라며 “월드컵을 보려면 유료 채널에 가입하거나 술집으로 가야 할 형편”이라고 보도했다.

중계권료를 통해 큰돈을 벌어들인 FIFA는 기업 스폰서도 종전과 달리 세분화하며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섰다. FIFA는 스폰서 구조를 ‘FIFA 파트너’ ‘월드컵 스폰서’ ‘지역 공급자’ 등 세 가지로 나눴다. FIFA 파트너는 FIFA가 주관하는 전 경기와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에미리트항공, 현대·기아차, 소니, 비자카드까지 총 6개 기업만 여기에 속한다. 월드컵 스폰서는 그보다 한 단계 아래로,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마케팅 권한만을 갖는다. 맥도날드와 버드와이저 등 8개 기업이 월드컵 스폰서다. FIFA는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경기 도중 네덜란드 응원단이 맥주회사에서 나눠준 의상을 입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매복 마케팅(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월드컵에서 편법 홍보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이들을 관중석에서 끌어내려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만큼 스폰서에 대한 권리 보호가 철저하다.

FIFA는 새로운 분야 개척에도 노력하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는 인터넷·모바일 중계권을 별도로 체결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TV를 통한 중계권료는 따로 받겠다는 것이다.

최근 축구팬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공장소 전시권’도 있다. 거리응원 등 공공장소에서 월드컵 경기장면을 상영할 경우 참가 인원에 따라 FIFA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거리 응원은 대부분 ‘공공장소 전시권료’를 지불할 수 있는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다. 축구팬들은 “거리 응원까지 상업화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을 두고 “붉은 물결 속에 기업 브랜드만 남는다”고 말했다.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가 “FIFA는 축구가 사람들을 위한 스포츠가 아니라 대형 사업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한탄할 만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월드컵에 열광할까. 월드컵을 통해 사람들이 얻는 ‘기분 호전 효과(Feel good Effect)’를 생각하면 월드컵을 단순한 ‘돈 잔치’로 폄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즐거움을 기회비용으로 따지면 3조6434억원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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