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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파 드 되

중앙선데이 2010.06.19 16:22 171호 2면 지면보기
파 드 되(Pas de deux). 2인무(舞)를 뜻하는 무대 용어입니다. 지난 12일 저녁 서울 광장동 W호텔 ‘키친’에서는 특이한 파 드 되가 펼쳐졌습니다. 한국의 아트센터 나비(관장 노소영)와 프랑스 엉겡레뱅 디지털 아트센터(예술감독 도미니크 롤랑)가 함께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프랑스는 점심시간, 한국은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열렸죠. 화상(畵像)회의 개념을 확장한 ‘화상 요리, 화상 공연’ 무대였습니다.

프로젝터가 빛을 쏘자 커다란 장막은 이윽고 파리 인근 엉겡레뱅의 고급 연회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장영규씨가 이끄는 음악공동체 ‘비빙(be-being)’이 전통 악기로 연주를 했고, 그 소리에 맞춰 한국에서는 두 분의 스님이 바라춤을 추었습니다. 프랑스 무대가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3D 안경을 쓰고 보니 더욱 입체감이 났죠.

양국에서 요리사가 나와 조리대 앞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배틀도 벌였습니다. 메인 디시는 농어. 프랑스에서는 로케트와 비키요스 소스를 곁들인 농어구이를 내놓았고, 한국에서는 무순과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농어회덮밥이 나왔습니다. 요리사가 요리를 마치는 것과 거의 동시에 테이블로도 음식이 서브됐습니다.

압권은 춤이었습니다. 검정 재킷, 회색 셔츠에 베이지색 치노 팬츠 차림의 정영두씨가 날렵하게 몸을 날리며 한 마리 학처럼 무대를 누볐다면, 붉은 원피스에 초록색 스타킹으로 시각적 효과를 강조한 미에 코콩프는 도마에 발을 올려놓은 등의 도발적 포즈로 화답했습니다.

분명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인데 어느새 하나의 시간, 하나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두 무용수들은 다른 무대에서 각각 춤을 추었지만, 이를 보다 보니 문득 이들이 파 드 되를 추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3차원 홀로그래피 기술이 발달한다면 더욱 완벽한 2인무가 될 수도 있을 테고요.

허공 속 상대와 춤을 추는 느낌은 어떤 걸까요. 상대의 심장박동과 숨소리도 느낄 수 있게 될까요. 현실과 현실을, 현실과 가상을 이어주는 디지털 세상은 이렇게 또 우리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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