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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일기] 오얏나무 밑에선 갓끈 고쳐매지 말자더니 … 종편 특정 입장 편들어서야

중앙일보 2010.06.19 03:01 종합 2면 지면보기
한국언론학회가 17일 개최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합리적 도입방안에 관한 세미나’는 각계의 주목을 끌었다. 한마디로 흥행에 성공한 자리였다. 그런데 현장에서 느낀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세미나의 공정성과 관련해서다. 종편 사업을 준비 중인 특정 신문사 출신 교수가 선정방식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발제를 맡았기 때문이다. 발제자는 “KBS 수신료 인상 논의를 종편 승인 뒤로 늦추자”며 “오얏나무 밑을 지나간 다음에 갓 끈을 고쳐 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라는 것인데 기자도 세미나 발제자 선정과 관련해 바로 그 얘기를 하고 싶다.



발제자는 중앙·조선·동아일보 등의 재무 상황을 비교하면서 신문사 재무구조가 종편 심사에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또 자본금이 일정 수준 이상(3000억원 등)이면 자본의 규모 자체는 문제 삼지 말자고 주장했다. “제작 능력이나 콘텐트 확보 능력의 경우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기존 방송 경험뿐 아니라 새로운 제작 능력을 함께 평가하자고 제안했다.



중앙의 경우 방송 진출을 계기로 신문과 방송이 회계적으로 분리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신문산업을 볼 때 자칫 종편 사업자가 되고도 신문과 방송이 동시에 부실해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막고 투자자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클린 컴퍼니(Clean Company)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초기 자본금 규모도 종편 희망 사업자 중 가장 많은 수준인 5000억원으로 정했다. 단기간에 자본을 다시 끌어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방송의 초기 자본금이 많을수록 좋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투자자도 알고 시장도 아는 이런 사실들이 발제문엔 포함되지 않았다.



발제자의 발표 이후 벌어진 토론에서는 참고할 만한 견해들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세미나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상당히 불식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평가다. 토론에 참여한 다수의 전문가는 종편 심사 기준을 만들 때 ‘왜 종편을 도입하려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고 했다. “콘텐트 제작 능력의 배점을 전체의 80%까지 높이자”는 주장도 있었고 “실제 핵심 능력을 볼 수 있게 구체적으로 제작기획서, 실행계획까지 받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글로벌 미디어로 가려면 자본금 5000억원은 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의 다양한 의견이 방통위에 전달돼 균형 잡힌 종편 정책 수립에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새 방송사업자를 통해 콘텐트 혁명을 이끌겠다는 종편 정책의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이상복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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