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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맨 … 불량청소년 … 외부인 범죄에 뻥 뚫린 초등교

중앙일보 2010.06.19 03:00 종합 18면 지면보기
#. 지난해 4월 어느 날 오전 서울 강북구의 A초등학교 복도에 파란색 운동복을 입은 40대 남성이 나타났다. 교실을 이리저리 살피며 걸어가던 그를 본 한 학생이 “바바리맨이다”라고 소리쳤다. 그 남성은 평소 학교 근처를 배회하다 학생들이 나타나면 갑자기 신체 일부를 노출해 놀라게 하는 ‘성도착증 환자’였다. 학교 교사가 다급하게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는 순찰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유유히 사라졌다.


돈 뺏고 경비직원 폭행 … 서울만 범죄 2년 새 204건
여교사 84%나 돼 대처도 힘들어 “학교 개방 재고를”

#. 서울 노원구의 B초등학교는 요사이 인근 중·고생들의 ‘야간 습격’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바 ‘불량청소년’인 이들은 밤마다 이 학교에 들어와 인조잔디 구장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또 잔디를 일부러 뽑기도 한다. 담배꽁초 등 쓰레기도 여기저기 버린다. 이 때문에 큰돈을 들여 만든 인조잔디 운동장에 불이 10여 차례나 나는 등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들은 또 초등학생들을 협박해 현금을 빼앗기도 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야간에 학교운동장을 개방하기 때문에 중·고생들의 출입을 제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들이 외부인의 침입과 행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울시교육청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학교침입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09년부터 최근까지 시내 초등학교에서 외부인 침입으로 발생한 사건은 모두 204건이었다.



이에 따르면 외부인에 의한 학교 시설물 파손이 1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방화가 20건, 도난 19건, 폭행 7건 등이었다. 학교 안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도 5건이나 됐다. 폭행사건 중에는 외부인들의 난동을 저지하던 당직 직원이나 경비업체 직원들이 집단 폭행당한 경우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외부인 침입이 빈번하고 이로 인한 사고가 잦은 데는 제대로 보안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학교시설을 지역주민들에게 서둘러 개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남자 교사가 크게 부족한 탓에 현장에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 초등학교 여자 교원의 비율은 83.9%나 됐다. 사실상 대부분 여자 교사인 셈이다. 게다가 남자 교사가 1명이거나 아예 없는 학교도 16곳에 달한다.



또 과거의 수위를 대신해 민간인으로 구성되는 ‘배움터 지킴이’를 시내 초등학교의 96%가 운영 중이지만 주로 학교 밖에서 통학지도를 담당하기 때문에 교내 침입자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은 17일 ▶외부인의 학교 출입 시 명찰 의무화 ▶CCTV 모니터 상시 감시 등의 보안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또 학교 담장 허물기 사업을 지속할지 여부를 교과부와 협의하고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성도착증 환자가 교내에 들어왔던 A초등학교 서모 교감은 “학교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결국 학교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게 됐다”며 “개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아 의원은 “지역 교육청별로 통계 산정 기준이 달라 누락된 사고를 감안하면 실제 외부 침입 사건은 훨씬 많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학교 시설 개방 전에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 보장”이라고 지적했다.



박유미·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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