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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는 단체장·기초의원 줄줄이 해외출장

중앙일보 2010.06.19 02:14 종합 2면 지면보기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대전시 교육위원 5명은 16일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중국(홍콩·마카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4개국을 6박7일간 둘러보기 위해서다. 해외 선진 교육기관을 방문해 영재교육 프로그램과 교과 교실제 등을 견학한 뒤 교육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다. 경비는 총 1520만원, 모두 교육청 예산이다. 이들 5명은 6·2 지방선거에서 낙선했거나 출마조차 하지 않았다. 대전교육청 주변에서는 “임기 종료를 앞둔 위원들의 위로 휴가”라며 “명백한 혈세 낭비로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말이 나온다.



임기가 거의 끝난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교육위원들이 줄줄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 본지가 조사한 결과 이달 들어 외유를 다녀왔거나 계획 중인 공직자는 165명이다. 평균 4박5일짜리 출장으로 출장비는 1인당 176만원이다. 선진 행정이나 교육제도를 배워오겠다며 출국하지만 명승지나 휴양지를 찾는 것이 주요 일정이다. 낙선자나 불출마자들은 견문을 넓혀와도 행정에 반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외유성 출장 논란=서울 송파구의원 17명은 15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출장을 떠났다. ‘선진 의회 견학 및 방재시설 벤치마킹’을 위해서다. 일정은 오사카시청·의회, 고베시청과 방재시설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짜여 있다. 1인당 경비 90만원은 올해 배정된 해외연수비 예산으로 해결했다. 이 중 11명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거나 낙선해 의원 배지를 떼야 한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유영란(29·회사원)씨는 “곧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람들이 해외에서 뭘 배우고 오겠느냐”며 “조용히 퇴임하는 것이 구민들에 대한 예의”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5명), 보건복지가족여성위원회(4명), 건설교통위원회(9명) 위원들도 비난 여론을 뒤로하고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경북 경주시의회와 경남 의령군의회 등도 중국·대만으로 떠났거나 다녀왔다.



◆교육위원도 외유 동참= 8월 말 임기가 끝나는 충북 교육위원 6명과 공무원 7명은 9일 ‘교육위원 전문성 제고’를 위해 10박11일 일정으로 터키로 떠났다. 비용 4485만원은 올해 편성된 국외 연수 여비(1인당 345만원)에서 마련했다.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의 박물관·궁전 방문이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교육시설 방문은 이스탄불대학 등 3곳뿐이다. 공교롭게도 연수에 나선 교육위원 모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거나 낙선한 인사들이다. 충북교육위 관계자는 “지방선거에 2명의 교육위원이 출마하는 바람에 연수를 선거 후로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난 일자 변경, 포기하기도=김충용 서울 종로구청장은 비서 2명과 함께 18일 터키로 떠났다. ‘거대 문화 유적지 관광상품화 견학’이 목적이다. 900만원의 여행 경비는 당초 구 예산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김 청장은 본인 몫 300만원을 반납했다. 이혁재 종로구 총무과장은 “당초 잡혀 있던 일정인데 외유 논란을 의식해 경비를 반납했다”며 “새로 오는 당선자를 위해 도배 등 집무실을 공사해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비켜주는 의미에서 떠난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사상구의회는 불출마·낙선 의원 5명을 포함한 전체 의원 10명이 5박6일간 몽골 연수를 계획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취소했다.



신라대 박재욱(정치학) 교수는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해외 연수 경비는 예산 확정 단계부터 대개 근거가 불분명한 사안”이라며 “연수 결과가 의정활동에 반영될 수 있는 검증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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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철·김방현·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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