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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31%+무소속 23% < 민주당 39% … 6·2 지방선거, 보수는 분열로 망했다

중앙일보 2010.06.19 01:41 종합 10면 지면보기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6·2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한나라당 내에선 지금 “보수가 분열로 망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근거가 있다.


[이슈추적] 한나라 구청장 패배 들여다보니

‘31.03% + 22.97% < 38.99%’. 서울 광진구청장 선거 결과다. 수학으론 오답이다. 그러나 선거에선 정답이다. 한나라당 구혜영 후보가 얻은 표가 31.03%고, 무소속 정송학 후보가 얻은 표는 22.97%다. 정 후보는 현역 구청장이고 2006년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한나라당 사람인 셈이다. 두 한나라당 성향 후보의 표 갈림은 38.99%를 얻은 민주당 김기동 후보의 당선을 낳았다. 수도권에 견제론 바람이 선거 막판 거세게 불긴 했지만 한나라당 입장에선 분열이 부른 참극인 셈이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패인과 관련, “야권은 후보 단일화를 했고 여권은 분열됐다. 공천 잘못으로 한나라당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도 큰 원인”이라고 말한 이유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단법인 동행’ 창립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참석한 여야 정치지도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있다. 왼쪽부터 원희룡·송광호 의원,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박희태 국회의장, 강 전 대표, 안상수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실제로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 현역 구청장이 낙천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곳은 광진구 말고도 중·영등포·금천·강남구 등 4곳이 더 있다. 이 중 강남구를 제외한 3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도도 한나라당 현역 시장이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의정부(김문원 시장), 용인(서정석 시장), 성남(이대엽 시장)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렇게 된 건 이번에 한나라당이 기초단체장 등의 공천에서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역의원의 힘을 과도하게 키운 데 있다.



서울의 경우 공천심사위의 공천 결정 방식은 면접이었다. 여론조사 방식을 도입할 경우 현역 구청장들이 유리하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여론조사를 제외했다. 현역의원들이 말 안 듣는 구청장들을 쉽게 물갈이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셈이다.



그 결과 서울만 따졌을 때 한나라당 소속 현역 구청장 23명 중 단 6명만 다시 공천을 받았다. 3선 연임 제한 규정으로 공천받지 못한 3명을 제외해도 물갈이율이 무려 60%에 달한다. 한나라당의 한 3선 의원은 “특히 2008년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들의 경우 자기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2006년에 당선된 현역 구청장들을 대부분 교체하기 원했다”며 “그러다 보니 선거에서 바닥 조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 서울 의원 40명 중 초선은 24명이다. 이와 관련, 권택기 의원은 “비합리적인 구정 운영을 모른 척하며 공천하는 게 광진구민의 더 큰 비판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선거 뒤 한나라당 내에서 국회의원에게 전권이 주어지는 공천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나도 공천을 해봤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 본다. 국회의원에게 공천권을 주는 건 난센스”라며 “개방형 완전 국민경선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영·심서현 기자



보수 분열 부른 한나라 구청장 공천



■ 서울 광진구



- 정송학 구청장 친박계로 분류, 권택기 의원은 친이계



- 정 구청장 공천 탈락 → 무소속 출마



-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영입했으나 당 안팎 반대 → 여성 전략공천지로 분류



▶ 투표 결과=민주당 김기동 후보 38.99%, 한나라당 구혜영 후보 31.03%, 무소속 정송학 후보 22.97%



■ 서울 영등포구



- 갑 지역 전여옥 의원과 을 지역 권영세 의원, 지지 후보 달라



- 권 의원은 양창호 후보, 전 의원은 김형수 현 구청장 지지.



- 공천심사위에서 양 후보 공천→김 구청장 무소속 출마



▶ 투표 결과=민주당 조길형 후보 37.23%, 한나라당 양창호 후보 35.48%, 무소속 김형수 후보 17.97%



■ 서울 양천구



- 추재엽 구청장, 2002년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뒤 2006년 공천서 탈락



- 2006년 구청장 당선자 선거법 위반으로 상실, 2007년 재·보선서 추 구청장 무소속으로 당선



- 추 구청장, 한나라당 복당 원했지만 원희룡 의원과 불화 → 무소속 출마



▶ 투표 결과=민주당 이제학 후보 36.16%, 무소속 추재엽 후보 32.30%, 한나라당 권택상 후보 3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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