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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주택 거래 … DTI 규제 완화 논란

중앙일보 2010.06.19 01:20 종합 14면 지면보기
해를 거르지 않고 일어나는 집값 공방. 올해의 키워드는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일 듯싶다. 건설업계와 정치권에선 DTI 규제가 지나쳐 부동산 시장이 죽었다며 날을 세운다. 이에 맞서 정부는 DTI가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가계 부채 관리에 기여하고 있는 ‘좋은’ 규제라는 입장이다. 40년 주택정책사를 돌아봐도 대출 규제를 놓고 이처럼 열띤 공방이 벌어진 건 처음 있는 일이다. DTI 완화를 둘러싼 찬반 논리를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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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건전성 확보와 가계빚 관리에 기여

이래서 반대




엄밀히 말해 DTI는 금융감독 수단이다. 금융사의 자산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는 DTI를 풀어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부터 집값을 잡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다 마지막으로 쓴 카드가 2006년 시작한 DTI 규제였다. 효과가 컸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DTI는 처음부터 주택정책 수단으로 이용된 셈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DTI는 금융사의 건전성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7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이런 평가에 동의했다고 한다.



가계부채가 늘 경우 경제 전체적으로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걱정도 DTI 완화 불가론의 큰 기둥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담보인정비율(LTV)과 DTI 규제를 하지 않으면 가계 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 금융권에 걸쳐 가계부채가 700조원이 넘는 것이 우리 경제의 큰 과제”라며 “LTV와 DTI의 정책적 주목적은 금융사 자산 운용의 건전성 관리”라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도 있다. 재산과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빚을 낸 경우라 해도 금융사는 담보를 잡고 있는 한 대출금을 떼이진 않는다. 반면 채무자는 집을 날리고 빈털터리가 될 수 있다. 이때 소비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안긴 금융사에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이런 ‘약탈적 대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론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DTI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소비자 보호론이다.



DTI 비율은 생계비를 지출하면서 빚도 갚을 수 있는 30~60%가 적당하다는 게 금융권의 인식이다. 금융사의 자산건전성도 지키고, 약탈적 대출을 막아 금융소비자도 보호하는 수준이 그렇다는 뜻이다. 익명을 원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도권의 DTI 최고한도 60%(인천·경기도)는 소득의 60%를 빚 갚는 데 쓰고, 나머지는 생계비로 쓰라는 뜻”이라며 “그게 적정하지 않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번에 정부가 마지못해 DTI를 완화하더라도 미세조정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LTV와 DTI의 잦은 변경은 지양해야 한다”고 정부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허귀식 기자






‘주택 가격 급락은 막겠다’ 정부 신호 효과

이래서 찬성




“집값도 잡고, 거래도 활성화하는 방법은 없다. 시장의 요구는 ‘주택가격 급락은 막겠다’는 시그널을 달라는 거다.”



DTI 완화를 주장하는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 팀장의 얘기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질 거란 예상 때문에 주택 구입을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 “급락 사태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이 DTI 완화란 설명이다. 그는 “주택가격이 약세로 돌아선 게 DTI 규제를 확대한 지난해 9월부터다. 최근엔 거래량 급감과 가격 급락이 겹쳐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택 거래량은 줄고 가격은 내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량은 최근 4년 동월 평균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서울이 6800가구에서 2300가구로 쪼그라들었고, 투기 지역으로 묶여 있는 강남 3구도 1100가구에서 400가구로 줄었다.



가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아파트 가격은 서울과 수도권 모두 전월 대비 -0.4% 떨어졌다. 강남(-0.4%)·강북(-0.3%) 가리지 않았다. 특히 과천(-1.9%)·분당(-0.8%)·용인(-0.6%) 등의 낙폭이 컸다. 이 팀장은 “과거엔 고가 주택의 가격이 주로 빠졌다면 근래 들어 3억~5억원 사이의 서민 주택 중에서도 20% 이상 내린 곳이 허다하다”며 “금융권 부실을 막기 위한 DTI가 담보대출을 막아 차입을 못 일으키게 하는 수단으로 바뀐 현 상태는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DTI 완화가 곧바로 실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DTI 규제→주택자금 조달 난항→수요 위축→가격 하락’의 고리를 끊기 위한 근본 처방이 DTI 완화란 것이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주택 관련 금융정책 개선방안’에 따르면 수도권에 적용되는 DTI를 10%포인트 상향 조정하면 연간 2000여 가구의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가구당 신규 주택 분양가격을 4억원이라 가정하면 DTI 완화로 1조7000억원의 현금이 새로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원은 “금융회사가 개인 신용도와 담보력 등을 따져 자율적으로 판단해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정부가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시장 간섭”이라며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등 악성화 경향이 심한 만큼 DTI를 완화해 미분양 해소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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