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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미국 전쟁다큐 작가가 살려낸, 미국이 겪은 6·25

중앙일보 2010.06.19 00:48 종합 23면 지면보기
 존 톨랜드의 6·25전쟁 1, 2

존 톨랜드 지음

김익희 옮김

바움, 436·468쪽

각 권 1만6500원




뛰어난 ‘전쟁문학’이다. 소설이나 시 등 창작물만이 아니라 르포르타주 형식의 기록문학도 ‘전쟁문학’에 포함한다는 의미에서다. 또한 역사보다는 문학에 방점이 찍힌 책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일제의 흥망과 태평양전쟁을 다룬 『떠오르는 태양』 등으로 이름을 떨친 미국의 전쟁다큐멘터리 작가. 그는 서양인 최초로 접한 중국 측 참전군인들의 증언과 1차 사료, 수많은 남북한 관계자들과 200명 이상의 미군 참전용사들과의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전쟁의 발발부터 휴전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드라마처럼 구성했다.



“폭발소리, 총소리, 총탄 튀는 소리가 난무했다. 마이어스는 브라우닝 자동소총을 찾지 못해 카빈 소총을 집어들었다. 안마당에서 비명소리와 폭발음이 났다…절뚝거리며 거리로 나가다가 6명의 북한군과 마주쳤다.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의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북한군 한 명이 대검으로 그를 내리쳤다. 운 좋게도 대검은 다리 옆을 스쳤을 뿐이었다.”



미군 고문관, 성직자, 종군기자 등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들이 전쟁에 휩쓸려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영화보다 생생하고 소설보다 극적이다. 인천상륙작전 불과 이틀 전에 AP통신의 한국인 기자가 날짜와 시간을 명시한 기사를 타전했다든가, 트루먼 대통령이 중공군 참전 전에 이미 월권을 일삼는 맥아더의 해임을 고려했다는 등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수두룩하게 나온다. 당연히 읽는 재미가 있어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6·25 전쟁 전모를 단숨에, 한 눈에 보기에 맞춤인 책이다.



하지만 문학으로서의 한계에는 아쉬움도 느껴진다. 김일성은 마오쩌둥의 통보를 받고 인천상륙작전을 미리 알고 있었단다. 마오쩌둥은 낙동강 방어선의 전황과 맥아더가 승리를 거두었던 과거 전투를 검토해 상륙작전을 벌일 것을 예측했다. 거기다가 서울에 가까운 인천을 상륙지점으로 보고 조수간만과 날씨를 고려해 9월 15일이란 날짜까지 ‘점지’해 통보해 주었다고 한다. 단 거기까지다. 근거가 되는 자료나 증언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미국의 시각에서 쓰인, 그러니까 ‘미국이 겪은 6·25 전쟁’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당시 미군의 참전과정이나 활약상, 미 정부의 반응 등은 소상히 나와 있지만 한국정부와 한국군은 곁가지에 머문다. 20년 전에 서술됐다는 점보다는 미국작가의 작품인 탓이지 싶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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