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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박정희·김일성·체 게바라 … 17명에게 쓴 편지

중앙일보 2010.06.19 00:41 종합 24면 지면보기
세계사 편지

임지현 지음

휴머니스트, 389쪽

1만7000원




역사에 띄우는 편지글을 묶은 책이다. 수신인은 에드워드 사이드·마르코스·체 게바라 등 세계사의 인물이다. 지은이는 동·서양 역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17명에게 편지를 썼다. 파시즘·식민주의 등 근대사의 유산에 대한 이런저런 물음을 던진다.



편지는 제법 도발적이다. 주로 제도권 역사를 뒤집었던 인물들이 수신인이다. 첫번째 편지는 문명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에게 건네진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인식)’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역사학자다. 지은이는 “상상의 자리를 드러내고 동양과 서양의 이분법을 해체한 사이드가 마땅히 첫 수신인이 돼야 한다”고 적었다.



지은이가 띄운 편지에는 뾰족한 의문 부호가 가득하다. 한국사의 두 인물 김일성과 박정희에게 보낸 서신이 그렇다. 김일성에게 북한의 정치 종교성을 따져 묻는 목소리는 단호하다. “사람이 세상의 주체라고 떠벌리는 사회에서 어떻게 그리 유치한 개인 숭배가 가능한가요?” 박정희에게도 마찬가지다. 지은이는 박정희와 김일성이 민족주의적 인식 체계를 공유했다고 본다. 그래서 따진다. “당신과 김일성 장군은 누가 민족주의의 정통성과 주도권을 가질 것인가를 놓고 경쟁한 게 아닌가요?”



역사란 결국 과거와의 끊임 없는 서신 교환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근사한 샘플이다. 의혹의 눈초리로 역사에 띄운 편지를 엿보다 보면, 세계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가만히 떠오른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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