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월드컵] 캡틴 박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중앙일보 2010.06.19 00:26 종합 30면 지면보기
“오늘 경기는 잊어버리고 나이지리아전에 모든 걸 쏟아붓자.”


밝은 표정 되찾은 대표팀, 3차전 대비 시작

허정무 감독이 아르헨티나전이 끝난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전한 한마디다. 승리의 기쁨에 고무됐던 그리스전 뒤 분위기와는 달랐다. 그렇다고 마냥 분위기가 가라앉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패한 뒤에도 정신적인 회복력(mental recovery power)을 잃지 않는 것은 한국팀의 강점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던 히딩크 감독은 “한국은 숱한 패배를 경험하면서 패한다고 해도 24시간 안에 다시 의지를 곧추세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월드컵을 1년 앞두고 2001년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프랑스전과, 8월 체코와 평가전에서 0-5로 무참히 깨진 뒤 한 말이었다.



2002년 4강 신화를 이룬 박지성(사진)과 이영표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박지성은 “강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공격도 해봤고, 수비도 해봤다. 우리의 장단점을 파악했기 때문에 나이지리아전에서 뭘 해야 할지 알게 됐다”며 대패 속에서 얻은 수확을 전했다.



이영표 역시 “우리가 강팀이고 16강 진출 자격이 있는 팀이라면 오늘처럼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었을 때 정신적으로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반 종료 직전 의미 있는 골을 넣은 이청용은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공격을 밀어붙이자 상대 수비수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며 “나이지리아전에서 우리가 능력만 발휘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체적으로는 “(강팀과의 경기라도) 수비에 중점을 둬서는 안 된다. 수비만 한다고 골을 안 먹는 게 아니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며 경기를 지배해야 한다”며 나이지리아전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다른 선수들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허정무팀은 요하네스버그에서 그리스-나이지리아전을 관전한 뒤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로 돌아왔다. 식사 시간에는 간혹 경기상황에 대한 얘기를 조용히 주고받기도 했지만 많은 대화는 없었다고 한다.



이튿날 회복훈련에 나선 선수들은 전날 패배의 아픔을 씻어내고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대표팀은 하루 더 루스텐버그에 머문 뒤 20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더반으로 떠난다. 더반은 남아공 남동쪽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로 한국이 조별예선을 치르는 3곳 중 가장 온화한 날씨를 자랑한다.



루스텐버그=이정찬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