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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명품관광과 스토리텔링

중앙일보 2010.06.19 00:21 종합 33면 지면보기
요즘 여러 분야에서 스토리텔링이 화두다. 관광도 예외는 아니지만 그 성과는 아직 기대치에 못 미친다. 우리 관광지에서 얘깃거리 자체를 찾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까.



지난해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선덕여왕’은 신라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의 단골 중심인물인 김춘추, 김유신, 선덕여왕 등 영웅이 아닌 그간 전혀 주목받지 않았던 ‘미실’이란 인물을 새롭게 조명했다. 주인공이 수많은 위기와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전개를 통해 보여줬다. 또한 일정 부분 현재 우리 사회 모습도 적절히 연상시키면서 자아내는 극적 재미가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역사 시간에 배워 알고 있고 여러 번 드라마로 극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대극이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기존의 뻔한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 신선한 스토리를 더해 재미를 배가(倍加)시켰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케 한 이는 바로 드라마 작가들이다. 이들은, 때론 몇 줄만 남아있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료(史料)에 연구와 창의적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개발했다. 거기에 시의성도 절묘하게 결합해 현대인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노고에 대한 보상도 확실하다. 집필료가 회당 수천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노력과 투자가 투입된 결과물은 엄청난 부가가치도 창출한다. 선덕여왕은 지난해 말 방송이 종료된 시점에서 광고료와 아시아 및 유럽국가로의 수출 계약금만으로 500억원의 매출을 거둬 이미 제작비 200여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발생할 추가 판권과 뮤지컬 제작에 따른 파급 수익까지 고려한다면 추가 수익이 수천억원대를 넘나든다.



관광 분야에서의 스토리텔링 활용 현황은 어떤가. 인기 드라마에 들어가는 노력과 투자에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 물론 관광산업에 스토리텔링 개념이 도입된 역사가 짧다 보니 초기 단계의 연구와 개발, 적은 보수의 문화관광해설사, 정교하지 못한 스토리 등 세부적으로 발전시키고 다듬어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그나마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개최해 소재를 발굴하고, 문화관광해설사를 채용하고 교육시키는 등 본격적으로 스토리텔링을 지역관광 홍보에 활용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관광공사도 이러한 노력에 발맞춰 지난 5월 창덕궁에서 ‘달빛 기행’이란 관광상품을 개발했다. 또 23일에는 창덕궁에서 ‘한국 관광의 밤’ 행사를 개최해, 국내외 관광객에게 고품격 명품 스토리를 대대적으로 자랑코자 한다.



그동안 겨울연가·대장금 등의 한류(韓流) 열풍에서 보여준, 세계인의 감성을 끌어냈던 우리 민족의 세계적 스토리텔러로서의 수준급 역량을 이제는 관광분야에서도 보여줄 때가 왔다. 랜드마크적 관광지는 일회성이지만 골목마다 넘쳐나는 스토리로 가득 찬 관광지는 두고두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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