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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나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

중앙일보 2010.06.19 00:20 종합 33면 지면보기
요즘 월드컵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축구, 재미있게 보고 있나요? 저는 어느 때보다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공’을 상대로 모든 선수들이 그림처럼 움직이는 팀플레이가 너무 멋지죠. 아슬아슬하게 공을 몰아갈 때의 긴장감, 시원하게 슛을 날릴 때의 통쾌함, 잘 만든 기회를 놓칠 때마다의 아쉬움. 발끝에서 발끝으로 전해지는 축구공의 움직임 따라 선수도 관중도 온통 하나가 됩니다. 그 순간만큼은 ‘나’가 없죠.



자세히 보면, 선수들도 팀의 승리를 위해 철저히 나를 내려놓습니다. 나를 내려놓는 그 자리에서 최고의 경기가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죠. 축구가 매력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수가 나를 내려놓지 못하고 자기만 드러나려 한다면 경기는 실패하고 말죠. ‘나를 놓고’ ‘전체적인 흐름에 몸을 맡겨’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기에 아름다운 게임이 연출됩니다. 그런 모습이 관중들을 축구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죠.



경기를 보다가 어느 순간 그 ‘뜻대로 되지 않는 공’과 ‘수비수’를 상대로 씨름하는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서 우리 모습을 보았습니다. 삶이라는 터전에서 ‘맘대로 되지 않는 많은 문제들’과 고전(苦戰)하는 우리를 본 거죠. 공은 원래 아무 방향으로나 날아다니는 것이고, 수비수는 끈질기게 우리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림=김회룡 기자]
훌륭한 선수는 공이나 수비수를 탓하지 않죠. 오직 ‘온 마음을 다해’ 그 움직임에 ‘직면’하여 최선을 다할 뿐이죠. “큰 경기일수록 정확한 판단과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한 선수의 짧은 인터뷰는 성공적인 경기를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합니다. 결국 ‘마음의 힘’인 거죠. 실력 있는 선수들은 뭔가가 다릅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회를 만들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죠. ‘생생하게 깨어서’ ‘정확하게 보고’, ‘빠르게 판단해서’ 패스를 하고, 슛을 날린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지지고 볶는 일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마음의 힘’입니다. 마음의 힘은 우리에게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이미 있는 행복’을 느끼도록 돕기 때문이죠. 마음의 힘은 ‘순간순간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힘’에서 비롯됩니다. 세상에 고정된 실체는 없고,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이죠.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끌리게 하는 것은 ‘생각’입니다. 잘 살아보려는 한 생각 때문이죠. 하지만, 그 잘 살아보려는 한 생각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삶을 짓누르고 우리의 의도와는 전혀 반대되는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죠. 과거와 미래를 수도 없이 넘나들며 천만 가지 후회와 근심을 불러옵니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과 몸과 호흡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각자의 호흡은 자기가 인식하든 그러지 못하든 간에 자기 마음상태를 반영한다는 사실입니다. 호흡이 목과 가슴 주변에서 헐떡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짧고 가쁜 호흡이 있는가 하면 불규칙적이고 거친 호흡이 있죠. 이런 호흡은 마음이 바쁜 경우죠. 이런 호흡을 하는 사람은 마음이 바빠서 소중한 것을 놓치고 허겁지겁 살아가기가 쉽습니다. 물론, 환자는 논외로 해야겠죠. 그런 반면에 고요하고 안정된 호흡이 있습니다. 이렇게 고요하고 안정된 호흡은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을 반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호흡에 관심을 가지고 호흡을 길들이는 것은 삶의 안정과 평화를 불러오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호흡을 챙기는 요령을 한번 볼까요.



우선 자세를 바르게 하고, 온몸의 긴장을 내려놓습니다. 마음의 스트레스와 긴장은 몸에 흔적을 남기죠. 알게 모르게 발생하는 심리적 긴장은 얼굴과 어깨, 목 등의 근육을 굳게 합니다. 심한 경우는 통증을 유발하죠. 호흡을 챙길 때에는 우선 몸과 마음의 굳어진 부분을 살펴서 긴장을 내려놓습니다. 꽉 다문 입술, 찡그린 미간, 굳어 있는 얼굴과 어깨, 목 등의 긴장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거죠.



마음에 집착이 많을수록, 고집이 셀수록 긴장의 강도는 심해집니다. 호흡을 챙기는 이 순간만큼은 ‘꼭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쉬고 쉬는 일(休歇)’에 자신을 맡겨봅니다. 호흡을 하면서도 호흡에 집착해서 어깨나 배에 힘을 주는 경우가 생기죠. ‘힘을 빼는 일’이 중요합니다. 입은 다물고, 코로 숨을 쉬면서, 아랫배 단전(배꼽 아래로 손가락 세 마디 정도 내려간 지점)의 움직임을 느끼며 단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는’ 거죠. 잡념이 일어날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마음마저도 내려놓고 ‘쉬고 쉬는’ 가운데 ‘나의 욕심과 기대, 집착’이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호흡에 의지해서 완전히 ‘나’를 내려놓고 ‘순간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는 일에 익숙해지면, 일이 있을 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아무리 밖의 경계가 요란해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떤 상황에서도 ‘생생하게 깨어서’ ‘정확하게 보고’, ‘빠르게 판단’하고 ‘바르게 실행’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그런 마음의 힘이라면 어떤 일도 문제가 없겠죠.



2002년의 한·일 월드컵을 생각해 보세요. 축구선수만이 아니라 4800만 국민의 하나 된 ‘마음의 힘’은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뤄냈죠. 남은 경기 우리 태극전사들 모두 끝까지 잘 싸워주리라 믿습니다. 경기장 밖의 선수, 우리도 최선을 다해 응원할 것이고요. 하지만 게임은 계속됩니다. 삶도 계속되죠. 필드 위의 태극전사, 일상에서의 여러분 모두모두 ‘온전한 마음의 힘’으로 멋진 경기, 행복한 인생 가꿔가길 기원합니다. “파이팅~~!”



김은종(법명 준영) 교무·청개구리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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