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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부문화 확산돼야 우리 사회 건강해진다

중앙일보 2010.06.19 00:19 종합 34면 지면보기
기부를 통한 나눔은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숭고한 행위다. 어제 우리는 80대 노부부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았다. 조천식(86)씨와 부인 윤창기(82)씨가 평생 모은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발전기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조씨 부부는 평생 모은 재산을 이웃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그렇게 실천했다. 부인 윤씨는 “무언가 특별하기 때문에 기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갖고 있기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조씨는 “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돼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조씨 부부의 숭고한 뜻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다.



어렵게 모은 재산을 내놓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름다운 기부자’들은 자신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하면서도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선 선뜻 재산을 내놓는다. 조씨 역시 “평소 허튼 돈은 절대 쓰지 않았다”며 “그렇게 모은 재산인 만큼 가장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조씨 부부의 기부 결심에 영향을 주었다는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8월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했다. 평생 술·담배는 물론 음료수조차 사먹지 않을 만큼 검약해 모은 재산을 사회와 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은 것이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기부를 통한 나눔 문화가 절실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양극화의 고통에 직면해 있다.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계층이 많다. 지난 6·2 선거에서도 한 방송사 여론조사는 투표를 결정한 가장 큰 요인으로 ‘궁핍한 살림살이’를 꼽았다. 기부를 통한 나눔은 이런 사회 양극화의 그늘을 줄이는 묘약(妙藥)이 될 수 있다. 나눌수록 고통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웃사랑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때 사회통합도 가능해진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데도 기부문화가 필요하다. 미국에 돈을 잘 버는 것 못지않게 잘 쓰는 데 관심을 기울여온 ‘아름다운 부자’들이 많은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세계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따뜻한 감동이 전 세계인의 가슴에 전달됐을 것이다.



우리 사회도 활력을 잃지 않고 건강하려면 기부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더 확산돼야 한다. 그럴려면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그게 일반의 기부를 촉진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와 인프라 구축도 긴요하다. 지난 10일 정부가 사회적 기업에 기부한 개인이나 일반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한 게 좋은 예다. 얼마 전 국무총리실이 SK커뮤니케이션즈와 협약을 맺고 당첨된 온라인 이벤트 경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게 한 것도 다양한 형태의 기부를 활성화하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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