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DTI 규제, 섣불리 완화할 일은 아니다

중앙일보 2010.06.19 00:18 종합 34면 지면보기
주택거래가 급감하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규제 때문에 주택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정부도 DTI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듯하다.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예외조항을 늘린 ‘4·23 부동산 대책’을 보완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도 엊그제 비상경제회의에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집이 팔리지 않아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살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우리 생각은 다르다. 섣불리 DTI를 완화해선 안 된다고 본다. 물론 거래 침체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회복 중인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DTI가 꼭 필요한 규제이기 때문이다. 상환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려선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다. DTI는 이 상식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그동안 은행과 국민들은 이 상식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능력 이상으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경우도 많았다. 집값이 떨어지면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위험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은행은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해주는 기본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 은행 스스로 못 해 결국 정부가 나선 것이니, 그게 바로 DTI 규제다. 게다가 지금은 가계부실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부실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많다. 이런 터에 거래를 살리겠다고 DTI 규제를 완화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거래가 살아날지도 미지수다. 거래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향후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한국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두 배나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규제를 푼다고 거래가 활발해지기 힘들다. 시장 논리에 맡겨두는 것이 낫다고 본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거시경제 전반의 문제로 파급되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는 있다.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을 찾아 시정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하지만 DTI 규제는 섣불리 손대지 말아야 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