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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오바마의 카트리나

중앙일보 2010.06.19 00:18 종합 34면 지면보기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선 당내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가 한창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얼마 전엔 오바마가 선거광고에까지 출연하며 밀던 5선의 펜실베이니아주 현역 상원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그가 미는 아칸소주 현역 상원의원은 결선 투표를 치렀다. 뉴저지주와 버지니아주,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에 연거푸 진 오바마가 이젠 당내 경선에서 수모를 당했다.



오바마는 억울한 심정일 게다. 그는 변화와 개혁이란 선거공약을 지키려 애썼다. 건강보험 개혁 등을 통해 강하고 혁신적인 대통령이 되길 바랐고 경제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미국 경제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데 미국인들이 동의한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오바마에게 매를 들었다. 왜 그럴까.



미국 언론은 정책 목표나 방향보다 소통(疏通)과 설득의 부족을 꼽는 분위기다. 소통 부족 탓에 아집(我執)과 독선(獨善)의 지도자란 이미지가 확산됐고 정부 불신이 생겼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에 브레이크가 걸릴 때마다 “워싱턴 정치판이 미국을 절망케 한다”고 정파에 발이 묶인 ‘워싱턴 정치’에 실패의 책임을 돌렸다. 상대방 의견에 주목하기보다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설명을 들어보라”고 강의했다. 언론은 그에게 ‘교수’란 별명을 안겼다.



잇따른 선거 패배 탓인지 몸을 잔뜩 낮추고 국민에게 다가서려 애쓰는 오바마의 최근 모습을 보면 언론 분석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오바마는 미국 동부해안 석유 시추를 20여 년 만에 허용했다. 3주 뒤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은 오바마의 잘못된 결정이 몇몇 측근과 전문가의 조언에 의존하는 폐쇄적 의사결정 및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번 사태를 ‘오바마의 카트리나’라고 공격했다. 여론은 악화됐다. 여기까진 기존 패턴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번엔 변명하고 강의하는 대신 “내가 잘못된 믿음을 가졌다. 내가 틀렸다”고 머리를 숙였다. 사고 현장에서 피해 주민과 함께 대책을 찾고 피해 보상을 챙겼다. 언론 지적을 받아들여 백악관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고 대국민 커뮤니케이션도 수술대에 올렸다. 미 해안경비대장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즉각 실상을 전하고 모든 부처는 정부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경쟁하듯 알렸다. 오바마의 이런 소통 노력은 조금씩 먹혀드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오바마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 여럿이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신을 배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 대통령 역시 억울한 심정일 게다. 열심히 일해 경제위기를 잡았고 지지율도 괜찮은 편인데 지방선거에선 외면받았다. 오바마는 “정책에 집중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면 국민들이 모두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소외감을 갖게 됐다. 내 실책(失策)이고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세종시와 4대 강 등 이슈가 산적한 이명박 정부도 새겨들을 대목이 아닐까.



최상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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