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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첼리스트 송영훈

중앙일보 2010.06.19 00:06 주말섹션 15면 지면보기
연주자는 여행자다. 첼리스트 송영훈은 일 년의 절반을 호텔에서 보낸다. 서울·뉴욕의 집에 하루·사흘·일주일짜리 가방을 항상 챙겨 놓는다. 그 때문에 멋있기보다는 가볍고 실용적인 옷이 많다. 송영훈은 클래식 음악계의 스타다. 4월 가수 비와 함께 백화점 CF를 찍었다. 6세에 배우기 시작해 30년 동안 쉰 적 없는 테니스, 취미인 수영 덕에 웬만한 ‘연예인 의상’도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노동자다. 무대 의상은 직접 디자인했다. 와이셔츠의 소매는 잘라냈고, 단추는 악기에 닿지 않도록 모두 안으로 넣었다. 등쪽에는 등산복에 쓰는 천을 붙여 뜨거운 조명 아래 쏟아지는 땀이 잘 마르도록 했다.


가수 ‘비’와도 견줄 만한 맵시

음악이 스타일을 바꾸다





송영훈은 9세에 서울시향과 데뷔한 후 미국으로 유학해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했다. 세계적 앙상블인 세종 솔로이스츠의 멤버였고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수석을 지내면서 경력을 탄탄히 했다. 30여 년을 함께한 첼로와 무대. 이 둘은 그의 스타일까지 바꿨다. 큰 악기를 늘 짊어지고 다니니 가방은 따로 들어본 적이 없다. 옷장에 모인 물건들의 국적을 따지면 그간 연주한 도시의 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 후쿠오카 연주 뒤에는 호텔 아케이드에서 마음에 드는 포켓치프를 만났다. 네 가지 무늬로 된 아이디어에 반했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과 함께 브람스의 트리오 1번을 공연한 그를 알아본 상점 주인이 파격 할인해준 제품이다. 팬들에게서 받는 선물 또한 재산이다. 한 일본 대기업 CEO의 아내와 딸은 지난해 연주를 보고 팬이 됐다. 불가리의 커프스 버튼은 그들에게 받은 선물. 한국의 팬들도 선물에 열심이다. 이름이 새겨진 휴대전화 케이스는 튼튼한 가죽과 카드 수납 공간이 마음에 들어 항상 가지고 다닌다.



진심이 보이는 옷



“플라스틱 느낌이 있는 옷은 입지 않는다.” 소재가 중요하다. 요즘 유행인 슬림룩에 찬성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내실 있는 옷을 고른다. 옷에서도 진심이 느껴져야 한다. 음악과 같다. 인터뷰한 날은 랑방 셔츠, 아르마니 재킷, 디젤의 청바지를 입었다. 뉴요커들이 좋아하는 알도의 구두는 “신던 것이 다 떨어져서 길 가다 산 것”이다. 필요할 때만 질 좋은 것을 구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구두·운동화는 꼭 방수처리를 하는 식으로 아껴서 오래 쓴다. ‘줄무늬 셔츠+민무늬 재킷’ ‘짙은 색 셔츠+옅은 색 재킷’ 같은 식으로 한곳에만 포인트를 두는 공식도 있다. 꾸민 티가 나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것을 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남미 음악을 주제로 한 공연에서는 검은색 셔츠로 묘한 어두움을 표현했다. 8월 대관령국제음악제와 ‘7인의 음악인’ 공연에서는 직접 디자인한 ‘기능성 의상’을 입고 본래 영역인 정통 클래식에 집중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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