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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은행

중앙일보 2002.03.13 00:00 종합 29면 지면보기
조흥은행은 12일 행장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홍석주 상무를 행장 후보로 선임했다. 홍후보는 29일 열릴 주총에서 행장으로 선임된다.


전격 퇴임→낙점… 입김 여전한 행장 인사
외환은행 정기홍씨로 정해놓고 행추위 구성도 못해
조흥은행 금감위, 세 후보案 반려 새 행장에 홍석주 상무 파격 발탁

외환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었으나 사외이사 후보만 선임하고 신임 행장은 다음달 임시주총을 열어 뽑기로 했다. 최대주주인 금융당국은 정기홍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신임 외환은행장으로 사실상 내정했다.



그러나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측과 제대로 협의하지 못해 29일 열릴 정기 주총에서 뽑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정기 주총에서 새 행장을 뽑으려면 늦어도 14일까지 신문 공고를 내야 하는데, 행추위 구성 등 절차를 밟을 시간이 없었던 탓이다. 금융당국이 김경림 행장을 11일 전격적으로 물러나게 만든 후유증이다.



◇숨가빴던 조흥은행장 후보 선정 과정=조흥은행 행추위는 12일 오전 금융감독위원회에 세명의 신임 행장 후보를 보고했다. 이강륭 부행장, 홍석주 상무, 양성락 메릴린치투신 한국지사장의 순서였다.



금감위는 이날 낮 이를 반려했다.금감위는 ▶청렴하고▶금융을 잘 알면서▶개혁(구조조정) 의지가 강한 인사여야 한다는 기준을 내세웠다. 금융계에서는 홍상무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오후에 다시 열린 행추위에서 위원들이 일제히 홍상무를 지지했다.행추위가 홍상무를 단일 후보로 올리자 금감위는 즉각 승인했고, 조흥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확정했다.



행추위 위원장인 안충영 대외경제연구원장은 홍후보 선정 이유로 '젊고 국제 감각을 지닌 데다 개혁 성향을 갖고 있는 점'을 꼽았다.



위성복 행장은 비상근이 아닌 '상근'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됐다. 이 때문에 위행장의 영향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홍후보는 그동안 위행장의 '오른팔', 조흥은행의 '브레인'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조흥은행측은 '파격적인' 승진 인사에 놀라면서도 내부에서 행장 후보가 선임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이사회에서 이강륭·이완 부행장이 물러나고 홍칠선 상무가 부행장에 선임됐다.



◇행장 뽑지 못한 외환은행=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외환은행 이사회는 낙하산 인사 반대 등을 주장한 노조의 저지로 지연됐다.



45분 늦게 열린 이사회는 주식매입선택권,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만 처리했다. 새 사외이사로는 김영대 전 금융결제원장, 토머스 나우만 코메르츠 회계부장, 김병학 전 감사원 감사위원, 강응선 매일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김갑용 전 용산세무서장 등 5명이 뽑혔다. 현직 사외이사 중 정문수 인하대 교수, 차백인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이금용 옥션 사장, 주르겐 레머 코메르츠 전무 등은 유임됐다.



김경림 행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될 예정이지만,김행장은 직원들이 원치 않으면 의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전한 관치금융 논란=지난 8일 이미 위성복·김경림 두 행장의 퇴진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가 청와대에서 업무보고를 하면서 두 은행에 대해 별도로 보고했다는 것.



이어 11일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후임 행장 문제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위성복 행장과 김경림 행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조흥은행의 경우 막판까지 후임 행장을 확정하지 못했다. 금융 당국에서는 외부 인사를 선호했지만 낙하산 인사 논란을 우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외환은행장으로 옮길 게 확실시되는 정기홍 금감원 부원장과 홍석주 조흥은행장 후보 모두 호남 출신이어서 당국은 지역 편중 문제가 제기될까 신경쓰는 모습이다.



정선구·허귀식·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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