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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 20년 만의 총선, 장관들 군복 벗고 출마 준비

중앙선데이 2010.06.13 07:05 170호 20면 지면보기
양곤 시내 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광고 입간판들. 오는 10월 총선을 계기로 미얀마 사회의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미얀마=김수정 기자
“비자 없는 분, 이리 오세요.” 양곤 공항 입국 심사대 앞. 공항 직원이 외국인 사이를 오가며 큰 소리로 뭔가 말했다. 현지인은 “미얀마 정부가 1일부터 ‘도착사증(arrival visa)’제도를 시행했는데 비자를 받지 않고 온 사람을 부른다”고 했다. 국적 불문. 양곤과 만달레이 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이 수수료(28일 체류 시 30달러)만 내면 현장에서 관광 또는 상용 비자를 발급받게 한 게 도착사증제도다. 미얀마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현지 언론인 미얀마 타임스는 “관광 부흥이 이 나라 경제 개발과 빈곤 탈출을 위한 강력한 수단임을 이제야 정부가 인식했다”며 “이렇게 생긴 이익이 엽서 판매자나 운전사 같은 서민들에게도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 제도를 머리기사로 다뤘다. 양곤 공항 측은 “시행 5일 사이 167명이 도착사증으로 입국했다”고 밝혔다.

48년 군부독재 미얀마에 변화의 바람

정부'더 이상 군사정부로 부르지 말라'
48년간 군부 독재를 하고 폐쇄정책을 취해 온 미얀마에 미세한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오는 10월 20년 만에 처음으로 총선을 치르고, 그동안 군부가 틀어쥐었던 자산을 속속 매각하는 민영화·개방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을 민영화했고 2009년엔 정부 소유의 건물 및 토지 260건을 민간에 팔았다. 정부 소유 주유소도 20개 그룹에 매각했다. 6개 재벌이 민간 은행 설립 허가 신청을 했다. 기름을 많이 써 달러를 유출한다며 금지했던 외국차에 대한 수입 금지 정책도 완화했다. 디젤유 상용차에 한해 수입을 허가했다. 도착비자 정책도 그런 흐름의 하나다.

경제계와 외교가는 무엇보다 총선을 주목한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총선을 치른 뒤 의회를 소집하고 민간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장군’으로 불리던 정부 각 부처 장·차관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군부 겸직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주 테인 세인 총리는 “우리를 더 이상 군사정부로 부르지 말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20여 명의 장관은 모두 독자 창당까지 할 예정이어서 총선엔 대부분 친여 성향인 수십 개 정당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군부가 장악해 온 미얀마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자유의 척도로 볼 수 있는 인터넷부터 보자. 일부 사이트가 통제되고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인터넷 사용이 된다. 번화가엔 인터넷 카페가 성업 중이다. 채팅을 하고 인터넷전화로 해외로 일을 나간 가족들과 통화한다. 돈만 내면 위성으로 해외 방송도 볼 수 있다. 자유로운 시장 활동도 가능하다.

언론은 자유롭지 못하다. 모든 기사는 사전 검열 대상이다. 한국의 5공 시절 ‘땡전 뉴스’처럼 TV 뉴스엔 탄 슈웨 국가평화발전위원회(SPDC) 의장 등 군인들의 모습이 주로 보인다. 프로그램 막간에 이라크의 참혹한 모습이 방영되는데 ‘미군의 공격을 받으면 이렇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영국 BBC와 자유아시아라디오(RFA), 미국의 소리방송(VOA)은 거짓말쟁이’라고 쓴 장면도 수시로 내보낸다.

군부의 경제 민영화·자유화 방향은 맞지만 문제는 탄 슈웨 의장의 측근 인사 10여 명에게만 주로 이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개방 직후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이들이 많다. 서방 언론의 현지 특파원인 B씨는 “탄 슈웨의 측근인 우티자는 항공사와 목재 수출권을 장악하고 부동산 투자로 미얀마 경제 60%를 차지한다”며 “군부 세력자와의 커넥션이 없으면 큰 사업 허가권을 따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형적인 정실 자본주의”라고 설명했다. 양곤 시내 재력가의 집엔 외제차가 서너 대씩 주차해 있는 모습이 밖에서도 잘 보였다.

미얀마 일반 시민들의 삶은 열악하다. 시민들에겐 일자리가 없고, 20%가 넘는 인플레로 고통은 가중된다. 최근 지방에선 하루 두 끼밖에 못 먹는 사람들이 생겨난다고 했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미얀마 국영기업의 경쟁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최근의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조심스레 형성되고 있다. 그나마 경제 논리를 앞세우는 개인 기업가들이 불하된 자산으로 회사를 운영하면 서민 일자리가 늘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 기업들의 미얀마 방문이 부쩍 늘고 있는 것도 미얀마인들의 기대감을 부추긴다.

아웅산 수치는 '선거 보이콧 할 것'
10월 총선 이후 전망에 대해선 엇갈린다. 일단 여당의 압도적 승리는 분명해 보인다. SPDC의 외곽 조직인 연방단결발전협회(USDA·회원 수 2300만 명)도 정당으로 변신했다. 신생 정당들도 친여 일색이다. 아웅산 수치 여사의 민주국민연대(NLD)는 “의석의 25%를 군 몫으로 할당하고 ‘외국인과 결혼한 사람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조항이 수치 여사의 대선 출마를 봉쇄했다”며 선거 자체를 보이콧했다. 1999년 사망한 수치 여사의 남편은 영국인이다.

그러나 “수치 측이 75%를 보고 선거에 뛰어들었어야 했는데 전술적 실수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수는 NLD를 탈당한 집행위원 6명의 행보다. 평균 연령 80세인 NLD에서 ‘젊은 층’인 60~70대 인사 6명은 “민의를 대변할 필요가 있다”며 탈당, ‘민주 국민의 힘(NDF·National Democratic Force)’이란 당을 만들었다. 현실 참여파인 셈이다. 수치 지지자들 사이엔 이들에 대해 “배신자다” “아니다. 수치가 미국만 믿고 고집을 피워 국민만 힘들게 한다”는 주장들이 맞서고 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미국도 은근히 NDF 측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7일 미얀마 방문 직전 ‘미얀마와 북한의 핵 협력설’을 이유로 방문을 전격 취소한 짐 웹 미국 상원의원은 10일 “총선이 군정 유지용이란 말도 있지만 야당 인사의 의회 진입을 허용하는 등 한 단계 진보했다. 미얀마 총선을 지원해야 한다”(AFP 보도)고 주장했다.

B씨는 “결과는 뻔하다. 수치의 선택은 옳다. 부정 선거가 될 게 뻔하다. 현재 경제 상황으로 본다면 연말 시민 봉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곤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는 “인도네시아에서처럼 이번 총선이 ‘군부 출신 민정’이라는 과도기를 거쳐 민주주의 발전의 시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신중하게 내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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