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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컬렉터 7000만

중앙선데이 2010.06.13 03:46 170호 2면 지면보기
중국 베이징에 있는 판자위안은 거대한 골동품 시장입니다. 엄청난 크기의 석불부터 아주 작은 귀걸이까지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습니다. 특히 토요일이면 노점상까지 모여들어 광장은 이들이 벌이는 좌판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자연 새로운 명소가 됐죠.

그런데 이곳에 4~5년 전부터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바로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짝퉁’ 그림입니다. 과장된 표정으로 폭소를 터뜨리는 웨민쥔(岳敏君·48)의 인물화와 현대 중국인들의 우수 어린 눈망울이 압권인 장샤오강(張曉剛·52)의 초상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진품이라면 편당 수천, 수억원이 넘는 작품들이죠. 근대 작가 치바이스(齊白石·1860~1957)의 새우 그림을 비롯한 짝퉁 고서화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특정 그림의 사진을 가져다주면 그대로 그려 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하네요.

짝퉁 명품에 이어 짝퉁 그림이라-. 이에 대해 베이징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문 박철희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장샤오강의 진품을 어떻게 구하겠습니까. 그래도 유명한 그림을 보고 또 갖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죠. 1만~2만원에 짝퉁 그림을 사서 집에 걸어 놓고 그걸 즐기는 것입니다. 그런 ‘컬렉터’들이 70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문득 좌판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비취 조각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있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조악한데 노인의 표정은 너무도 진지했습니다. “아, 이래서 가짜라고 하는구나”라고 말하는 듯한 입가의 미소.

그러고 보니 중국 미술시장의 폭발적인 힘은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관심’과 ‘안목’에서 발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은 돈 많은 사람이 아닌 그것을 즐기는 자의 몫이라고 말하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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