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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m 쇄도 '원맨쇼' … 박지성 왼발에 그리스 넋 잃다

중앙선데이 2010.06.13 02:10
박지성(오른쪽)이 후반 7분 그리스 수비수 빈트라의 마크를 뚫고 왼발 슛, 한국의 추가골을 터뜨리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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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전 승리의 영웅

후반 7분. 그리스의 공을 빼앗은 박지성은 질풍처럼 상대 문전을 향해 대시했다. 그리스 중앙 수비수 파파도풀로스와 빈트라가 악착같이 따라갔지만 박지성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상대 골키퍼가 넘어지며 막아서는 순간 박지성의 왼발이 공의 방향을 툭 바꿔놓았다. 30여m의 드라마틱한 질주였다. 아무도 박지성의 발을 떠난 공을 막지 못했다. 공은 그리스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2-0. 허정무 감독은 불끈 주먹을 쥐고 환호하며 승리를 확신했다. 박지성은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며 포효했다.



말 그대로 종횡무진이었다. 박지성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경기를 시작했다. 어느새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박주영의 후방에서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때로는 이청용과 자리를 바꿔 왼쪽에서 공격을 이끌기도 했다. 아깝게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전반 27분 박주영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잡을 수 있도록 미드필드에서 킬패스를 찔러준 것도 박지성이었다.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꼭 필요한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맨유에서 ‘유령 같은 선수’로 불린 이유가 입증된 경기였다. 이날 2-0으로 경기를 앞서나가자 박지성은 비로소 기어를 한 단계 낮췄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앉은 그는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하며 한국의 승리를 굳게 지켜냈다.



박지성은 우리가 모르는 새 한국 축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1954년 전쟁의 폐허에서 막 일어선 대한민국은 스위스 월드컵에서 헝가리와 터키에 0-9, 0-7로 잇따라 대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한국경제처럼 한국 축구도 불과 50~60년 만에 기적적인 성장을 해냈다. 한국은 이제 월드컵 16강에 올라간다고 해도 더 이상 이변이라 불리지 않을 만큼의 실력과 내공을 갖췄다.



박지성의 성장도 한국 축구의 발전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고등학교 때 불러주는 대학조차 없던 그는 지금 세계 축구 최고의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축 선수로 뛰고 있다. 가까스로 명지대에 입학한 그를 2000년 대표팀에 처음 발탁한 사람이 허정무 감독이었다. 볼품 없고 이름도 없던 박지성을 뽑은 허 감독을 두고 사람들은 “대학 감독과 바둑 두다 뽑았다”고 수군댔다. 허 감독은 “몇 년만 지나면 왜 뽑았나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몇 년 후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과 함께 2002년의 신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2010년 남아공에서 박지성은 마침내 허정무 감독에게 보은의 골을 선사했다.



박지성은 그리스전 골을 터뜨리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 2006년 독일 월드컵 프랑스전에 이어 월드컵 3회 연속 골을 터뜨리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모두 유럽팀을 상대로 한 골이다. 또 안정환이 기록 중인 한국인 월드컵 최다골과 타이를 이루게 됐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의 활약도 돋보였다. 중앙 수비수 이정수는 전반 7분 기성용이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부근 프리킥을 문전으로 대시하며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리스전을 앞두고 “프로에 입단하기 전까지 공격수를 보았다. 골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밝혔던 각오가 현실이 됐다. 1m85cm의 장신이면서도 스피드까지 겸비한 이정수는 수비에서도 조용형과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그리스의 예봉을 꺾었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이해준 기자 hjlee7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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