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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한 응원 뒤 잠 안 오면 따뜻한 우유가 수면제

중앙선데이 2010.06.13 00:18 170호 15면 지면보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 붉은악마들의 응원에도 불이 붙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기에 몰두해 응원에 빠져들다 건강을 잃는 경우가 있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때는 9명이 응원 중 사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남아공의 시차는 7시간. 대부분의 경기가 늦은 저녁과 새벽에 집중돼 있다. 응원을 하다 보면 신체가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에 음주, 폭식, 과도한 신체 활동을 하게 된다. 평소 생활리듬이 깨지는 월드컵 기간에는 기존 질병을 악화시키고 건강을 해치는 복병들이 숨어 있다.

월드컵 올빼미 응원족, 이렇게 건강 지켜라

2002, 2006 월드컵 응원 중 9명 사망
열렬히 응원하다가 세상과 등진다? 가능한 얘기다. 특히 심근경색·협심증·부정맥 등 심장질환이 있다면 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심장이 쉬지 않고 뛰는 것은 자율신경 덕이다. 뇌의 명령을 받지 않고 움직이는 자율신경은 긴장·흥분과 연관 있는 교감신경과 반대 작용을 하는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격렬한 응원에 따른 극도의 흥분과 긴장 상태는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져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교감신경이 자극을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혈관이 수축하고, 혈소판은 자극을 받아 응집력이 높아져 혈전을 만들 수 있다. 혈관이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심장 근육에 산소 부족을 유발해 사망을 부르는 부정맥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히 새벽 시간에 하는 격렬한 응원은 심장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이상철 교수는 “통계적으로 새벽은 심근경색·심장마비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새벽에 혈압과 긴장도가 상승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질환자가 밤샘으로 몸의 바이오리듬이 깨지고 피로가 누적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장질환자가 새벽 응원을 하더라도 특히 알코올과 흡연은 자제해야 한다. 이 교수는 “본인의 심장질환 유무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조심하기 때문에 차라리 낫다”며 “심장질환이 있는데 모르거나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들이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심장질환 위험인자는 본인이나 가족이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이 있는 경우다. 또 심장병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으면 심장병에 따른 돌연사 위험이 3~4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응원 중이나 후에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월드컵 분위기에 취해 약 먹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술·커피·탄산음료는 목 건조하게 만들어
몇 시간 동안 목이 터져라 외친 ‘대~한민국’ 구호와 환호성은 월드컵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하지만 목은 피곤하다. 격렬한 응원 후 가장 혹사당하는 신체 부위 중 하나가 성대다. 성대는 목소리를 만드는 출입문이다. 호흡을 하면 성대가 열리고 목소리를 낼 때는 닫힌다. 내뱉는 숨이 성대에 부딪혀 진동시키고 인두·비강·구강을 거쳐 목소리가 된다.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르게 되면 그 충격으로 성대에 있는 모세혈관들이 터지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홍식 교수는 “평소 크게 말하지 않던 사람이 흥분해 성량을 벗어나 급작스럽게 큰 목소리를 내면 성대를 다친다. 모세혈관이 터지며 급성후두염·성대결절이 발생할 수 있고 물혹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껏 높인 목청에 월드컵 분위기는 고조되지만 성대를 혹사시켜 목소리를 쉬게 하고 말하기도 힘들게 된다. 목소리가 심하게 잠기면 성대에 물혹이 생긴 성대부종일 수 있다. 성대가 손상돼 목소리에 변화가 오면 가급적 대화를 삼가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담배는 성대에 가장 해롭다. 간접 흡연도 마찬가지다. 알코올과 커피·탄산음료·초콜릿 등 카페인 성분은 성대를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응원 일주일 후에도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야식은 위산 분비 촉진해 속쓰림 원인
응원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월드컵 응원의 백미는 길거리를 새빨갛게 물들이는 야외응원. 하지만 딱딱한 길바닥 위의 거리응원이 편할 리 없다.

특히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 통증(요통)이 발생한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해 허리 근육이 약한 사람에게 쉽게 나타난다. 허리 통증의 강도는 자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요추(허리등뼈)가 받는 압박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비스병원 척추센터 한종완 과장은 “똑바로 누워 있을 때 허리가 받는 압력을 25라고 하면 서 있을 때는 100, 똑바로 앉을 때는 150, 구부정하게 앉으면 180 정도의 압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기온이 낮아지는 늦은 저녁에는 허리 주위 근육이 수축하고 긴장한다. 결국 척추와 추간판을 보호해야 할 근육이 오히려 뼈와 신경조직에 부담을 줘 허리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거리응원 시 요통을 줄이려면 허리를 펴고 앉는다. 수시로 일어나 허리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어 주고 양반다리도 풀어 준다. 휴대용 방석도 도움이 된다. 방석을 절반 또는 3분의 1 크기로 도톰하게 접어 깔고 앉으면 척추의 원래 모양인 S라인이 유지되면서 요추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방석으로 보온 효과도 볼 수 있다.

집 소파에 앉아 응원할 때도 엉덩이를 소파 깊숙이 넣고 허리는 등받이에 밀착시킨다.

월드컵은 야식의 기간이다. 우리나라 경기가 있는 날의 치킨 판매량은 수십만 마리가 는다고 한다. 그러나 늦은 밤과 새벽에는 기초대사량이 낮기 때문에 입을 즐겁게 하는 고칼로리 음식보다 샐러드나 과일이 좋다. 또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 위산 분비를 촉진,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취침 2시간 전부터는 음식을 안 먹는 게 좋다. 술도 마찬가지다.

격렬한 응원 뒤에는 기분을 들뜨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량이 늘어 숙면이 어려울 수 있다. 잠이 오지 않을 땐 숙면을 돕는 트립토판이 함유된 따뜻한 우유 한 잔이 도움이 된다.

응원 뒤 피로감을 줄이려면 다음 날 가벼운 운동을 하자.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걷기·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을 하면 신경전달물질인 베타 엔도르핀의 분비가 촉진돼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줄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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