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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되고 싶은 어린 소년

중앙일보 2002.02.23 00:00 종합 37면 지면보기
나의 장밋빛 인생 (KBS1 밤 11시50분)=하느님의 실수로 자기가 남자로 태어났다고 믿는 일곱살짜리 소년 루도빅(조르주 뒤 프레슨).



여자가 되고 싶다는 '장밋빛 소망'을 갖고 있는 소년은 일상에서 여자처럼 행동한다. 분홍색 드레스를 예쁘게 차려입고 손님들 앞에 나타나거나, 귀고리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파티에 참석하고, 옆집 남자 아이와 결혼식을 올리고, 학예회에선 백설 공주역의 친구를 화장실에 감금하고 자신이 남자애의 키스를 받으려고 애쓴다.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루도빅의 부모라면, 당연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벨기에 출신의 알랭 베를리네 감독은 성장기의 성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어린 소년의 순진한 환상과 주변 어른들의 현실 세계를 대비시키며 나와 다른 삶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나직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다. 설정 자체는 황당하게 보일 수 있으나 구성이 탄탄해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성의 다양성이란 묵직한 주제를 건드리면서도 이를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가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기성사회가 강요하는 삶과 다른 길을 꿈꾸는 소년의 아픔과 슬픔이 잘 녹아 있다. 1998년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받는 등 많은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97년작. 원제 Ma Vie en Rose(My Life in Pink).★★★★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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