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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25 60주년에 맞는 보훈의 달과 숭고한 기부

중앙일보 2010.06.01 19:11 종합 34면 지면보기
6·25전쟁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는 아들들이 대를 이어 군인이 되길 바랐다. 막내가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그 뜻을 받들었다. 하지만 임관한 지 1년여 만에 스물 넷 젊디 젊은 아들은 동해에서 훈련 도중 순직하고 만다. 그 희생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나라에서 다달이 보내준 연금을 아버지는 차마 한 푼도 쓸 수 없었다. 그렇게 28년간 고이고이 모은 1억여원을 그는 기어이 나라를 위해 다시 내놓았다. 고(故) 박광수 중위의 부친 박만춘씨 얘기다.



그제 연금을 기부하며 박씨는 “국가에서 조종사로 키운 아들이 사망하는 바람에 임무를 다하지 못해 항상 죄송한 마음이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2대에 걸쳐 국가 방위(防衛)에 헌신한 것도 모자라 아들을 잃은 슬픔마저 승화시킨 그의 숭고한 호국(護國) 정신 앞에 그저 고개가 수그러질 따름이다. 박씨가 기증한 1억원은 순직 공군 조종사 유자녀들을 위한 장학재단의 종자돈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어린 유자녀들이 긍지를 갖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일꾼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뜻에서다.



나라의 부름을 받고 목숨 바친 군인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편히 살 수 있게 보살피는 건 국가의 최소한의 책무다. 이번 박씨의 기부는 지금껏 그 도리를 다하는데 소홀했던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自畵像)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천안함 사태에서도 보듯 군인과 가족들의 헌신과 희생 없이는 우리 사회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 늦었지만 이들에 대한 예우와 보상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관련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6·25전쟁 60주년에 맞이한 호국보훈의 달 6월, 우리 모두가 잊고 지내온 순국 선열들의 고귀한 나라 사랑을 되새기는 한 달이 되길 바란다. 최근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만난 한 대학생의 말마따나 앞선 분들의 소중한 피와 땀, 희생이 모여 만들어진 현재에 거듭 감사해야 한다. 그런 보답조차 하지 않는 나라라면 결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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