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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마을 헤이리의 10년

중앙일보 2010.06.01 13:03



옹기종기 모여 있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자랑하는 건물들. 몇 년전과 겉모습은 같지만 곳곳에 묻어나는 손때에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2010년에 찾은 예술마을 헤이리는 예술가들만의 세상이 아닌,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풍기는 마을의모습이었다.

미술·음악·문학 … 생활의 옷을 입다



문화예술로 하나되는 곳 ‘헤이리’



예술마을 헤이리의 탄생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화예술인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그곳을 문화예술의 메카로 만들자’며 뜻을 모았다. 2001년 본격적으로 마을 조성이 시작됐고, 2003년 몇 곳의 공간이 문을 열고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현재 수용 가능한 입주 건물 가운데 50% 가량이 들어섰다. 10년새 100여 명이던 마을 공동체 회원은 38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자주 모여 차를 마시거나 술잔을 기울이며 담론을 나눈다. 미술·음악·문학 등 장르별로 동호회 활동을 하기도 한다.



헤이리는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공간이다. 헤이리 공동체 전희천(64) 이사장은 헤이리의 지난 10년에 대해 “문화예술의 메카를 만들겠다는 본래 정신처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한데 섞여 서로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고 정리했다. 또 “앞으로 한·중·일 작가전과 다양한 축제를 열어 헤이리의 예술가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작가들과도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헤이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조금씩 바뀌었다. 초기에 헤이리를 찾은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거나 유명한 공간 몇 곳만을 둘러보고 떠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갤러리를 돌아본다.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예술작품들에 이끌려 걸음을 옮기다 지치면 카페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지난달 ‘2010 파주 헤이리 예 나들이’ 축제 기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아와 예술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축제를 즐겼다.



예술과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공간들



49만5800여㎡(약 15만평)에 건물 150여 채가 들어선 헤이리를 한번에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곳을 봐야 할 지 모를 때에는 헤이리 초창기부터 함께 한 명소들을 먼저 찾아보는 게 좋다.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음악감상실‘카메라타(지도1)’는 음악을 듣고 즐기는 공간이다. 늘 듣던 음악도 카메라타에서는 들으면 그 맛이 다르다. 헤이리 초기부터 있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곳이지만, 이곳을 즐기는 방법은 따로 있다. 황씨는 “카메라타에 오면 30분 정도 침묵한 채 음악에만 집중해 보기”를 권한다. 음악을 집중해서 들으면 무언가 얻어 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카메라타에서 음악을 듣고 나선 길, 솔솔 풍겨오는 달콤한 초콜릿 향기에 자신도 모르게 발길이 멈춘다. ‘더 초콜릿 하우스(지도2)’는 초콜릿을 하나의 문화 코드로 만들고자 만든 공간이다. 말랑말랑한 생초콜릿을 손으로 빚고 만드는 쿠킹 체험을 비롯해 각국의 천연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헤이리 마을 주민인 영화감독 박찬욱씨가 즐겨 찾는 곳이다.



내리막길을 걷다 보면 길이 세 갈래로 나뉘는 곳에, 한길사의 ‘북하우스(지도3)’가 자리하고 있다. 황인용씨도 산책을 하다 이곳 책방에 들러 책을 읽곤 한다. 마을 주민들에게는 헤이리 바깥 세상과의 소통의 기회가,외부인에게는 편하게 책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벽면에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6월에는 목판화가 김억의 ‘국토’ 연작이 소개된다.



책에서 읽은 글귀를 되뇌이며 걸음을 옮기면 헤이리 중심부에 자리한 갈대광장을 만날 수 있다. 한달 정도 지나면 연못에 드리운 연꽃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다시걸음을 옮기면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숨’의 촬영지로 사용된 갤러리 ‘포네티브 스페이스(지도4)’가 나온다. 지하1층과 1층은 갤러리, 2층은 도예가 한영실의 작업실이다. 6일까지 기획전 ‘서로를 호흡하다’가 진행된다. 갤러리 옆 별채는 게스트하우스(외지인 숙소)로 쓰인다. 하룻밤 묵으면서 헤이리의 밤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예술가와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갤러리를 나와 다리를 건너면 ‘금산갤러리(사진5)’가 나온다. 헤이리 공간의 겉모습은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곳이 바로 금산갤러리다. 80년 된 상수리 나무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살려 건물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했다. 대한민국 건축대상을 받았다.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기획전과 ‘미술과 함께하는 음악회’등은 감성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사진설명]1.방송인 황인용의 음악감상실 ‘카메라타’ 2.초콜릿도 문화가 되는 ‘더 초콜릿 하우스’3.책과 전시회가 어우러진 ‘한길 북하우스’ 4.헤이리의 밤을 즐길 수 있는 ‘포네티브 스페이스’ 5.자연과 예술이 하나된‘금산갤러리’



< 송정 기자 asitwere@joogang.co.kr >

[자료제공=헤이리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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