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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에는 강력한 정치 리더십이 급하다”

중앙일보 2010.06.01 03:00 경제 2면 지면보기
국제 금융계의 저명인사들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초청으로 한자리에 모여 특별 좌담회를 했다. 김 총재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의 무하마드 알자서 총재, 토머스 서전트 미국 뉴욕대 교수, 윌리엄 화이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의장, 라케시 모한(전 인도중앙은행 부총재) 미국 예일대 교수가 그들이다. 한은 창립 기념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이들은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유럽과 세계경제 전망, 금융개혁 등에 대해 2시간 동안 의견을 나눴다. 사회는 김정수 본사 경제전문기자가 맡았다.


[한국은행-중앙일보 공동 기획 좌담회]

① 남유럽 위기 어떻게 보나



▶사회=남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유로존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시작된 불씨는 꺼지기는커녕 점점 번져나가는 중이다. 사태 해결을 위한 유로존의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윌리엄 화이트=유로존은 막대한 안정기금을 조성키로 했고, 그리스 정부엔 강력한 긴축을 요구했다. 이런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이 위기관리 체제를 갖추지 못한 건 전부터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도덕적 해이가 생길까 걱정해서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지금 이런 상황에 몰렸다. 시장에선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이렇게 오래 걸리면 스페인은 어떻겠느냐’는 걱정스러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무하마드 알자서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총재
▶무하마드 알자서=문제는 애초에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가 통화동맹에 편입됐다는 점이다. 애초에 통화동맹을 맺을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걸프 연안 6개국이 맺은 걸프협력협의회(GCC)도 지난해 통화동맹을 맺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4개국만 참여한 상태다. 그래서 우린 유럽을 유심히 보고 있다. 난 유로존이 붕괴할 거라고 보진 않는다. 상당한 비용을 치르긴 하겠지만 유럽은 위기를 극복하는 법을 배울 거다. 다만 유럽의 회복은 한동안 매우 더딜 것이다.



▶토머스 서전트=미국도 50개 주가 일종의 통화동맹을 맺고 있는 셈이다. 1820~30년대 미국 주 정부들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사태가 이어졌다. 그렇다고 미국 전체가 흔들리진 않았다. 통화동맹과 상관 없이, 주 정부의 부채는 그 주의 일로 명확히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한 곳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곳까지 위험에 빠지진 않는다.



윌리엄 화이트 OECD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의장
▶화이트=문제는 유럽 국가가 발행한 채권 간의 금리 차이가 한동안 상당히 좁혀져 있었다는 점이다. 캐나다 주 정부라면 주의 재정상태에 따라 채권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유럽은 그렇지 못했다.



▶알자서=미국의 부채담보부증권(CDO) 거품과 마찬가지다. 시장 가격이 잘못 책정돼 있었다. 신용등급 AAA였던 채권이 한순간에 정크본드로 추락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김중수=단일 통화로 묶인 유로존이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보나.



▶화이트=잘못을 저지르면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 (그리스는) 아마 파산으로 가야 할 거다.



▶라케시 모한=나 역시 비관적인 편이다. 개도국이라면 위기에 처해도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유럽 경제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왜 유로화 전체의 위기로 번지게 그냥 두나. 이를 분리하려면 답은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내거나 채무 재조정을 하게 될 거다.



▶알자서=(그리스의) 채무는 재조정돼야 한다. 한 국가의 재정위기 때문에 왜 유로존 전체가 흔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형제 중 한 명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왜 가족 전체가 무너져야 하는가.



▶김중수=국제적인 강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스 사태의 경우 막대한 안정기금을 마련했는데도 별 효과가 없는 건 정치적 리더십이 약하기 때문이다.



▶화이트=유럽은 중심이 없다. 미국은 오바마가 있지만 유럽에 전화하고 싶다면 누구에게 해야 할까. 솔직히 답이 없다.






“미국은 회복세 뚜렷, 유럽은 더뎌”

② 더블딥 가능성은 없나




▶사회=그동안 각국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경기 회복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다시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럽과 미국이 더블딥에 빠질 것으로 보나.



토머스 서전트 뉴욕대 교수
▶서전트=미국의 경우 이제 더블딥은 없다는 쪽으로 전문가 의견이 모이고 있다.



▶알자서=더블딥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최근 미국 경기는 뚜렷한 회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일본까지 경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경기가 회복 추세로 접어들었다. 물론 유럽은 적어도 2011년 말까지는 성장이 매우 더딜 것으로 본다.



▶화이트=1, 2, 3 다음엔 뭐가 올까. 보통은 계속 발전을 이어가 4가 될 거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2 또는 1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금융위기가 지나갔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글로벌 불균형, 이 문제는 여전하다. 금융에서도 은행의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대마불사’가 문제라고 하는데 금융회사는 전보다 더 크고 복잡해졌다.



라케시 모한 예일대 교수
▶모한=미국·유럽의 경기는 회복세가 더디다고 하지만 신흥국이 있지 않나. 신흥국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지 않나.



▶알자서=원유 값은 좀 다른 문제다. 2007년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올랐던 원유 값이 지난해 3월 33달러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제 74달러다. 이건 실물경기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국제 금융시장은 자체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2007년 골드먼삭스는 원유 값이 200달러까지 간다고 하지 않았나.



▶모한=OECD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미국 등 여러 나라에 기준 금리를 가급적 올해 안에 올리도록 권고한 걸로 안다.



▶서전트=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집값을 계속 떠받치려 하고 있다.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는 Fed가 기준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거다.



정리=한애란 기자






“국제적 불균형 해소 위해 글로벌 금융 안전망 필요”

③ 금융시스템 개혁은




▶사회=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회사 규모 제한, 은행세 도입 등 논의되고 있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화이트=바젤위원회(BIS) 특히 은행감독위원회는 조율이 상당히 어려울 거다. 은행 자본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은행세 또는 ‘뱅크 레비(’은행의 추가 부담금)는 금융회사가 파산할 때를 대비해 많은 돈을 쌓아두는 건데, 사실 분명 도덕적 해이의 요소가 있다. 이 뱅크 레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은행이 파산할 수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심어줘야 한다.



▶서전트=금융규제 개혁은 꼭 필요하다. 지금 논의되는 방안은 오히려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싶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김중수=한국이 G20 의장국으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건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이다. 국제적인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필요하다.



▶알자서=바젤위원회·세계은행 등이 금융규제 개혁을 논의하지만, 중요한 건 미국이다. 미국이 강력하고 합리적인 금융감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엄청난 규모의 부실로 금융위기를 야기한 건 미국 아닌가.



▶김중수=한국에선 한국은행의 역할 변화가 이슈였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한국은행에 거시건전성 감독을 맡겨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화이트=글로벌 불균형에 대해 누군가가 ‘여기 문제가 있다, 뭔가 해야 한다’고 나서야 한다면 누가 적당할까. 아마 중앙은행일 거다. 물론 중앙은행이 과거에도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시스템 문제에 대한 경험은 가장 많다. 개별 금융회사의 미시건전성을 감독하는 것과 거시건전성 감독은 다르다.



▶김중수=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시스템 이슈는 새로운 문제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좀 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조심스럽다. 일단 우리가 역할을 맡으면 책임도 우리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중앙은행은 그런 책임을 지닌다.



▶알자서=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은 금융위기가 터지기 1년 전부터 은행에 주식 비중을 줄이도록 지도했다. 덕분에 거품붕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식시장은 아니지만, 은행은 중앙은행 관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회=김정수 경제전문기자




좌담 참석자 주요 경력



무하마드 알자서(55)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 IMF 집행이사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부총재



윌리엄 화이트(67)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캐나다 중앙은행 부총재 ▶국제결제은행(BIS) 국장, 고문



토머스 서전트(67)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시카고대 교수 ▶스탠퍼드대 교수



라케시 모한(62)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인도 중앙은행 부총재 ▶스탠퍼드대 시니어 리서치 펠로



김중수(63)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 ▶주OECD 대표부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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