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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바다 소형 잠수정 방어력 보완

중앙일보 2010.06.01 02:41 종합 8면 지면보기
미국이 장기적 전략 차원에서 한국 해군력 증강에 팔을 걷어붙인 건 천안함 격침이 한국뿐 아니라 미군에도 큰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한·미 국방부는 잠수함 활동에 제한이 많은 서해의 얕은 바다에서 북한의 소형 잠수정이 어뢰 공격을 감행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 해군은 그동안 특공대나 간첩들을 남한에 침투시킬 수 있는 북한의 중형 잠수함 대응에 치중했다.


미, 한국 해군력 지원 배경

천안함 사태는 해저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소형 잠수정을 추적·대응할 능력이 없는 한국 해군에 커다란 과제를 남겼다. 이를 방치했다간 제2, 제3의 천안함 사태와 같은 북한 도발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동맹이자 동북아시아 안정의 핵심 축인 한국이 북한의 도발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걸 예방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2만8500명 수준의 주한미군 병력을 증원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개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 추가 병력을 보낼 여유가 없다. 이로 인해 미 국방부는 결국 한국 해군의 소형 잠수정 대응 능력을 높여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를 위해 첨단 수중음파탐지기(소나)나 공중경보기 기술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뉴욕 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한·미는 천안함 격침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걸 막기 위해 6월 말 또는 7월 중 서해상에서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 연합작전을 통해 한국 해군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천안함 사태를 한국과의 국방비 경쟁에서 패배한 북한이 비대칭 전력을 활용, 일격을 가한 대표적 사례로 보고 있다. 비대칭 전력은 핵·생화학무기·미사일이나 그 발사체계 등을 이용한 비정규전 수행 능력을 뜻한다. 현재 한국은 공군력과 해군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장기간의 경제 침체로 군사력 경쟁에서 뒤진 북한은 이런 불균형을 감안, 기습 공격에 공을 들여 온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소형 잠수함 등 추적이 힘든 기술 개발에 집중해 온 것으로 한·미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대칭 전력은 장기전을 승리로 이끌 수 없으나 단기적으로는 한국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주한미군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재정 압박에도 사전 경고 없이 무력 도발을 할 수 있는 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이런 도발로 지역 내 경제적·정치적 안정을 흔들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북한이 소형 핵무기 제조에 열중하는 것도 미국이 한국 해군력 증강을 추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경우 핵 공격을 시도하거나 핵 기술 이전을 추진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장기적으로 관련 첨단 기술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를 실전에 응용할 수 있는 인력도 훈련시켜 한국의 해군 능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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